[취재수첩] '뒷북' 두들겨대는 감사원
감사원은 지난 5월8일 보금자리주택과 뉴타운 정책의 문제점을 밝히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6월21일에는 한식 세계화 지원사업이 대상이 됐다. 지난 10일에는 4대강 사업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는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보금자리주택과 뉴타운, 4대강 사업의 공통점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이었다는 것이다. 한식 세계화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주도했다. 이들 사업에 대한 감사는 대부분 지난해 후반기 착수됐다. 이 전 대통령 임기가 끝나갈 즈음부터 당시 정부의 핵심 정책에 대한 감사가 시작됐고,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난 다음에 지난 정부의 ‘과오’를 드러내는 감사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감사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뒷북 감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권의 힘이 있을 때는 주요 국정 과제에 대한 감사를 미뤄놓다가, 임기 말이 돼서야 야단법석을 떤다는 것이다. 5월30일 발표한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감사도 비슷한 사례다. 금융권에서는 이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이팔성 전 회장을 겨냥한 감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은 올해 초부터 지난 정부의 주요 서민금융 정책인 미소금융에 대한 감사를 하고 있다.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감사 결과가 나오는 사례도 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1년 1월과 올해 1월, 그리고 지난 10일 모두 세 차례 감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발표 때마다 수위가 달라졌다. 2011년에는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와 환경영향평가, 문화재 조사 등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2년 뒤 “입찰 비리 등 설계부터 관리까지 곳곳에서 부실이 확인됐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의 일이다. 6개월 뒤인 지난 10일에는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 사업을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갈수록 혹독해진 셈이다.

양건 감사원장은 지난 4월8일 기자간담회에서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에서 국회 소속으로 옮기자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에 대해 “국회의원으로부터의 독립성, 영향력으로부터의 독립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과연 독립성을 주장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도병욱 정치부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