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자금력 탄탄하지만 까다로운 상장요건에 미달…합병·주식교환 등 통해 상장
'애니팡'회사도 합병방식 선택…직상장보다 시간 2~3년 단축
얼마전 장동건 전현무 강호동이 소속해 있는 SM C&C가 코스닥시장에서 거래정지를 당했다가 해제된 사실도 있다. 방송프로그램 제작사인 훈미디어를 흡수합병하면서 ‘우회상장’으로 오인받았다가 한국거래소의 코스닥시장본부로부터 우회상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얻었기 때문이다. ‘우회상장’이란 무엇을 의미하고, 한국거래소는 왜 잠깐이나마 SM C&C의 거래를 중지시켰던 것일까.
#투자자 보호냐, 시장 활기냐
‘백도어리스팅(back door listing)’이라고도 부르는 우회상장은 비상장기업이 상장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방법을 통해 증권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우량한 비상장기업을 ‘펄(pearl·진주)’이라고 부르고, 부실한 상장기업을 ‘셸(shell·껍데기)’이라고 부른다. 매출이나 자금력은 있지만 상장적부심사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우량한 비상장사(펄)가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인 상장 요건은 설립연수, 주식의 분산과 재무요건, 안전성, 건전성 등 주식의 원활한 유통을 위한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상장 조건이 너무 까다로우면 시장이 위축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본시장은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상장기준을 엄격하게 설정해 놓았기 때문에 웬만한 기업으로서는 그 문턱을 넘기가 어렵다. 우회상장제도는 이런 상장요건을 충족시키기에는 미흡하지만, 성장성이 높고 재무적으로 우량한 비상장기업에 자본시장에서의 자금조달 기회를 주려는 취지로 2006년 6월에 도입됐다. 그러나 우회상장기업 128곳 중 27개 기업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폐지되는 등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한국거래소는 우회상장의 장점에도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상장규정안을 금융위원회에 제출, 2011년 1월 1일부터는 상장에 준하는 자격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SM C&C의 사례는 이런 배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연기자 및 사회자들이 소속해 있는 연예기획사 SM C&C는 KBS ‘남자의 자격’을 만든 훈미디어를 합병하면서 공시를 통해 “예능 및 영상콘텐츠 제작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거래소가 우회상장 여부와 요건 등을 확인하기 위해 거래를 잠시 중지시켜 놓았었으나, 우회상장에 해당하지 않아 해제한 것이다.
#우회상장의 유형 네 가지
우회상장은 실제로 어떤 형태로 이뤄질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이다. 상장기업이 비상장기업을 흡수합병하면서 합병대가로 비상장기업 주식을 상장기업의 신주로 바꿔주고, 비상장기업은 소멸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의 주식의 가치를 계산, 합병비율을 정하도록 돼 있다.
상장기업의 경우 시장에서의 평균가격이 곧 해당주식의 가치로 산정이 되는 반면, 비상장기업은 시장에서의 가격을 산정하기가 어려워 일반적으로는 순자산가치 40%와 수익가치 60%를 합산한 장부가치로 평가한다. JYP와 JYP엔터테인먼트의 경우를 보자. 2012년 말 기준 JYP 순자산은 178억원, 수익 가치는 2013~2014년 평균 71억원가량이다.
수익 가치에 평균 자본환원율 10%를 감안하면 JYP의 연간 수익 가치는 710억원이다. 따라서 순자산과 수익가치를 반영한 JYP 전체 장부가치(178 × 0.4)+(710 × 0.6)}는 약 497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JYP엔터테인먼트의 시가총액과 비교해 최종적으로 JYP 1주당 JYP엔터테인먼트 3.76주를 배당받고 JYP는 소멸한다.
두 번째 유형은 주식교환에 의한 우회상장이다. 이 제도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주식을 100% 소유하는 주식의 포괄적 교환제도(이하 ‘포괄적 주식교환’)와 모회사가 자회사 주식의 일부를 소유하는 주식의 부분적 교환제도(이하 ‘부분적 주식교환’)로 구분한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상장기업이 신주를 발행해 비상장기업 주식 전부와 일정 비율로 교환, 비상장기업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방법이다. 합병에 의한 우회상장과 비슷하지만, 그 절차가 간단하고 자회사가 소멸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주식의 부분적 교환에 의한 우회상장은 비상장기업의 주주가 상장기업의 주식을 인수하기 위해 상장기업의 신규 증자에 참여하는 절차를 거쳐 우회상장 효과를 얻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조세특례제한법 및 상법상 혜택을 받지 않는 대신 주주총회 승인,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인정 등 특별한 법적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주식의 부분적 교환 과정에서 비상장기업의 가치를 과대평가, 상장기업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편법증여 또는 대기업의 계열사 지원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세 번째 경우는 현물출자에 의한 우회상장이다. 비상장 기업의 영업자산을 상장기업에 현물출자(양도)하고 상장기업이 발행한 신주를 인수, 경영권을 획득하는 방법이다. 비상장기업은 현물출자의 대가로 받은 상장기업의 주식을 증권시장에서 매각해 주주들에게 현금으로 배당하는 등의 방식으로 청산 절차를 밟는다. 이 방법은 영업양수도에 비해 현금의 유출이 필요없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지만 출자한 현물에 대한 가치평가 등을 법원으로부터 승인받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영업양수도를 통한 방식이 있다. 상장기업이 비상장기업의 주요 사업부문을 현금으로 영업양수하고, 비상장기업의 주주들은 그 돈으로 상장법인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구조다. 즉 비상장기업의 사업 일부를 상장기업에 매각하고 그 대가로 상장기업의 주식을 받는 형태다.
#특별 목적의 우회상장제도 SPAC
우회상장은 장점이 많기 때문에 이를 목표로 펀드를 모집하는 경우도 있다. 특별목적우회상장(SPAC)이 그 예다. SPAC는 기업인수를 위해 자본시장으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만들어 놓은 페이퍼컴퍼니 형태의 상장회사다.
우회상장의 경우엔 펄(우량한 비상장기업)이 셸을 찾아 상장하기 때문에 자금 모금보다 M&A가 먼저다. 이에 반해 SPAC은 M&A를 위해 자금부터 모은다. 따라서 이런 펀드 형태의 회사는 정해진 기간 내에 적정한 기업을 인수하지 못하면 상장이 폐지되고, 회사를 청산해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줘야 한다.
유가증권시장에는 3개의 SPAC이 상장해 있었지만 인수기업을 찾지 못해 상장폐지된 바 있다. 코스닥에서는 19개의 SPAC중 6개가 합병에 성공했다. 온라인게임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와 하나그린스팩의 합병상장 심사가 한 예다.
만약 선데이토즈가 이 방법을 택하지 않고 직상장을 진행할 경우 상장까지 대략 2~3년이 소요된다. 제도 도입 초반에 ‘자본시장의 천덕꾸러기’란 악평까지 받았던 SPAC은 최근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미국 스팩 시장의 합병 상장 성공률은 56%에 불과했다”며 “국내 1호 스팩도 절반 정도는 성공했기 때문에 결코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창헌 <한국M&A투자협회장·아시아M&A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