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가 되자 소녀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온몸에 죽을 듯한 고통이 찾아왔지만 병원에서는 도무지 원인을 모르겠다고 했다. 프로이트는 이 소녀의 병이 어릴 적 들었던 부정적 예언에서 비롯됐다며 이를 ‘자기실현적 예언’이라고 이름 붙였다.
자기실현적 예언은 방향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에 따라 다시 피그말리온 효과<그림 1>와 스티그마 효과로 나뉜다. 피그말리온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조각가의 이름으로, 그는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하고 이를 사랑하게 됐다. 아프로디테는 그의 사랑에 감동해 여인상에게 생명을 줬다. 이처럼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한다. 반면 스티그마는 불에 달군 도장을 가축에 찍어 소유자를 표시하는 ‘낙인’이다. 부정적 선입관에 노출되면 실제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스티그마 효과다.
피그말리온 효과와 스티그마 효과는 인간 심리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2011년 발표한 ‘자본변동성 원인분석과 정책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일수록 자본 흐름이 불안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경험 여부 변수는 직접투자, 증권투자, 기타투자 모두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투자자들이 이런 나라에 투자할 때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대외 악재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스티그마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