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바에서 가볍게 '한잔'
달라진 음주문화 영향
위스키 등 '구酒류' 주춤
시끌벅적한 술집보다는 집에서 조용히 한잔 하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다. “100종류가 넘는 외국산 맥주 중 한두 병을 골라 마시는 재미도 크다”고 그는 말했다.
술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소주는 물론 국산 맥주와 소위 양주의 대표인 블렌디드 위스키 등 이른바 전통 3대 주종의 매출이 정체되거나 뒷걸음질치고 있다.
반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외국산 맥주, 강한 술이지만 다른 재료와 섞어 여러 가지 맛을 낼 수 있는 보드카, 그리고 위스키 중에서도 부드러운 싱글몰트 위스키 등의 판매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던 3대 주종이 주춤거리는 사이 다양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세운 신주류(新酒類)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싱글몰트 위스키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판매량이 연평균 8.2%씩 늘어났다. 올 들어서도 1분기에 1만4394상자(한 상자는 9ℓ)가 팔려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75% 증가했다.
유흥업소 판매 비중이 80%에 달하는 ‘임페리얼’ ‘윈저’ 등 블렌디드 위스키 판매량이 2009~2012년에 연 6.9%씩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외국산 맥주 판매 증가율은 국산 맥주를 압도하고 있다. 롯데마트에서 국산 맥주는 2009~2012년 매출이 연 0.3%씩 늘어난 반면 외국산 맥주는 이 기간에 연 15.0%씩 증가했다. 보드카는 같은 기간 연 110%씩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고재윤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신주류가 뜨는 것은 술문화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2차, 3차 술자리로 이어지던 직장의 회식문화가 사라지고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게 아니라 술 자체를 즐기는 경향이 강해지고 △술을 마시는 장소가 유흥주점 일변도에서 전문 바(bar)나 카페, 그리고 집으로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 고 교수는 “문화가 달라지면서 한국 주류 시장이 선진국처럼 가볍게 즐기는 술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