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면 누구나 아름다움을 추구합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신경쓸 게 한둘이 아니죠. 자신의 강점을 살려주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목선을 돋보이게 하는 블라우스, 발목이 가늘어 보이게 하는 구두, 가느다란 손가락에 어울리는 반지 등을 선택하는 것은 어렵죠. 특히 옷을 고를 땐 여간 고민되는 게 아닙니다. 나만의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제품이 흔치 않기 때문이죠.

벨기에 디자이너 브랜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MAISON MARTIN MARGIELA)’는 독창적인 디자인을 채택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로 꼽힙니다. ‘관습에 도전하는 해체주의 디자이너’라고 불릴 정도니까요. 벨기에의 유명한 앤트워프 왕립미술학교 패션학과를 나온 마틴 마르지엘라 디자이너는 1988년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1988년 10월 첫 번째 여성 컬렉션을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그만의 방식에 놀랐다고 합니다. 일상복 같은 옷을 하나씩 해체해 이어 붙인 옷들이 당시엔 아주 특이하게 받아들여졌죠.

1988년 겨울 컬렉션에서는 비닐 쇼핑백을 잘라 티셔츠를 만들었고 1991년 여름 컬렉션에서는 옛날 연회에서 입던 가운을 변형한 조끼를 선보였습니다. 낡은 청바지와 청재킷을 잘라 붙여 만든 롱코트, 군용 양말을 성긴 바느질로 이어 붙인 스웨터도 내놨죠. 1993년 가을 컬렉션에서는 벼룩시장에서 구한 네 벌의 서로 다른 블랙 드레스를 이어 붙인 새로운 형태의 드레스를 만들었습니다. 1996년엔 투명하고 가벼운 인조 실크에 두꺼운 겨울 코트 사진을 프린트해 넣었습니다. 또 지금은 너무도 당연해진 오버사이즈를 2000년에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마르지엘라는 다른 브랜드의 전통뿐 아니라 자신이 예전에 보여준 독창성까지 깨버렸습니다. 시대에 맞게 재해석한 옷을 내놓은 것입니다.

그의 무대에 늘 등장하는 타비 부츠(tabi boots·일본의 전통 신발을 변형한 구두), 얼굴을 가리는 흰색 베일, 큰 사이즈의 스웨터와 롱 드레스 등이 대표적이죠. 마르지엘라는 또 자신의 옷에 0부터 22까지 숫자를 달았습니다. 만드는 방법과 옷의 성격, 기술의 차이 등을 나름의 방법으로 분류한 셈인데요. 손으로 다시 만든 여성복은 ‘0’, 남성 컬렉션은 ‘10’, 액세서리는 ‘11’, 신발은 ‘22’로 표기하는 식입니다.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는 2002년 프랑스 파리에 남성복 1호 매장도 냈는데요. 그 뒤로 여성과 남성 컬렉션을 고루 만들고 있습니다. 올가을·겨울 컬렉션으로는 넓어진 재킷 소매와 곡선을 강조한 솔기 등 여성스러운 라인의 남성 정장을 내놔 주목받았습니다. 그물과 면 소재로 만든 새로운 형태의 니트, 아코디언 주름에서 영감을 받은 클러치 백 등 그만의 감각을 뽐냈다는 평입니다.

옷을 만드는 소재부터 입는 방법 등까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그만의 패션 세계. 레이디 가가, 빅토리아 베컴, 그웬 스테파니 등 유명인들이 그의 옷을 선택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