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경훈 대전선병원 치과병원장(오른쪽)과 형 선승훈 대전선병원 의료원장이 루마니아 명예영사관 앞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대전선병원 제공
선경훈 대전선병원 치과병원장(오른쪽)과 형 선승훈 대전선병원 의료원장이 루마니아 명예영사관 앞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대전선병원 제공
“형님과 함께 한국·유럽 간 지역 외교의 다리 역할을 할 계획입니다. 저희 형제의 전문분야인 의료를 중심으로 활동을 펼치겠습니다.”

국내 첫 형제 명예영사가 나왔다. 맏형인 선두훈 대전선병원 이사장(56)과 함께 병원을 경영하고 있는 선승훈 의료원장(54·둘째)과 선경훈 치과병원장(50·셋째)이 주인공이다. 선 치과병원장은 지난 11일 대전 유성구 선병원 국제검진센터에서 주한 루마니아 명예영사에 취임했다. 바로 위 형인 선 의료원장은 2000년부터 13년째 주한 스웨덴 명예영사로 활동 중이다.

취임식 직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생 선 치과병원장이 “형님에게 노하우를 배우겠다”고 말하자 형 선 의료원장은 “동생에게 아낌없이 조언하겠다”고 답했다.

선 치과병원장의 이번 루마니아 명예영사 취임은 형의 적극적인 권유로 이뤄졌다. 스웨덴 정부는 13년 전 한국 외교부에 충청지역에서 명예영사로 활동할 인물을 요청했고 외교부는 지역에서 활발한 봉사활동을 하던 선 의료원장을 추천했다. 선 의료원장은 “명예영사에 임명된 이후 13년간 스웨덴에 입양된 한국 학생들을 초청해 국내 명소를 견학시키고 스웨덴 사진전 등을 열었다”며 “이런 과정이 너무 보람돼 이번에 동생에게 명예영사를 권했다”고 말했다. 선 치과병원장은 최근 외교부와 명예영사단을 통해 루마니아 명예영사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던 터였다.

명예영사 역할에 대해 물었다. 선 의료원장은 “별도의 사무실을 내서 해당국 국기와 임명장을 내걸고 명예영사실을 운영해야 한다”며 “해당 국가의 방한사절과 국내 기관 및 관련인사들 간 교류도 담당한다”고 전했다.

선 치과병원장은 “루마니아 정부가 저의 취임을 계기로 국내 의료기술 전수를 희망하고 있다”며 “양국에 도움이 되는 보람 있는 일들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적인 의료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메디컬 투어리즘 특구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선 명예영사 취임식에는 티터스 코래틴 루마니아 외무부 장관이 참석했다. 국내 명예영사 취임식에 해당 국가의 장관이 찾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전선병원은 2004년 작고한 부친 선호영 전 원장이 1966년 20개 병상의 정형외과로 출발한 병원이다. 지금은 본원과 치과병원 국제검진센터 유성선병원 등 4개 병원에서 의료진 200여명, 병상 900여개 규모로 운영 중이다.

명예영사제도는 1970년대부터 각국 주한 대사관에서 공관 업무를 도와줄 국내 민간인을 찾아 달라고 외교부에 요청한 것이 계기가 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엔 105개국 정부가 임명한 명예영사 128명이 활동 중이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