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가 되면 80세 때의 뇌보다 더 똑똑해진다.’

90세를 넘긴 사람들이 80대보다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지적 능력이 더 좋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덴마크국립연구재단이 지난 11일 영국 의학전문지 ‘란셋’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90세를 넘긴 그룹이 80세를 넘긴 그룹에 비해 영양, 면역력, 지적 능력 등 대부분의 평가항목에서 앞섰다. 90세를 넘기면 95세까지 살 가능성도 30% 더 늘었다. 연구진은 덴마크에 살고 있는 1905년생(2262명)과 1915년생(1584명)의 두 그룹으로 나눠 15년간 조사했다.

90대 집단은 정신력에서 가장 앞섰다. 1분 안에 동물 이름 많이 말하기, 12개 단어 순서대로 외우기, 네 자리 숫자를 10분 내에 역순으로 외우기 등의 과제에서 90대 집단이 80대 집단보다 우세했다. 연구진은 “이 연구 결과로 90대의 치매 발병률이 80대보다 낮다는 걸 증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교육을 통해 노인의 두뇌를 더 젊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증명했다. 많이 걷는 것, 첨단 기술을 더 많이 접하는 것 등 교육 단계를 높였더니 주어진 과제에서 만점자가 1년 새 2배로 늘었다.

연구를 진행한 마르셀 올데 리케르트 박사는 “우리가 늙는 것에 관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을 바꿀 때가 왔다”며 “90세가 되면 쇠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능동적인 삶으로 변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90대 집단은 다만 일상생활 만족도에서 80대 집단보다 낮았다. 이들의 만족도가 낮은 이유는 집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는 것, 계단을 혼자 오르지 못하는 것 등 체력 저하 때문이다.

전 세계 90대 인구는 빠른 증가세에 있다. 미국은 2010년 기준 90세 이상 인구가 150만명으로 1980년 72만명의 두 배가량 늘었다. 미국국립보건원은 미국 내 90세 이상 인구 수가 2050년 9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