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지역방송인 KTVU가 지난 12일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착륙사고를 낸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조종사 4명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보도를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이들 조종사 4명은 13일 오전 6시30분께 화물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폭스방송 계열인 KTVU는 이날 정오 뉴스에서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조사 내용을 전하면서 조종사들의 이름을 각각 ‘캡틴 섬팅왕(Sum Ting Wong)’ ‘위투로(Wi Tu Lo)’ ‘호리퍽(Ho Lee Fuk)’ ‘뱅딩오(Bang Ding Ow)’라고 보도했다. 이들 이름이 적힌 자료화면도 내보냈다. 이는 당시 사고 상황을 중국어 억양에 맞춰 비꼰 표현이다. 뉴스가 보도된 직후 이 영상은 인터넷에 급속도로 퍼졌고 교민 등은 크게 분노했다. 아시아계 언론인 연합체인 아시안아메리칸언론인협회는 성명을 내고 “사고의 비극을 조롱하고 시청자를 모욕했다”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격렬한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NTSB와 KTVU는 오후 늦게 사과성명과 방송을 했지만 인종차별적인 보도를 낸 경위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NTSB는 “언론에서 이 이름이 맞느냐고 확인 요청을 해왔으며 권한과 책임이 없는 인턴사원이 답을 했다”고 해명했다. KTVU도 “NTSB 관리가 확인해줬지만 이름이 정확하지 않았다”고 둘러댔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해당 방송사와 NTSB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고 조사와 관련, NTSB에 ‘사고조사 관련 정보를 충실하게 제공해달라’는 내용과 ‘사고조사는 국제기준에 따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13일 보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최진석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