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 관계자는 14일 “투자 활성화를 위해 국회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합작 대상 외국 기업의 지분이 30%를 넘을 경우 지주회사 내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설립을 허용하기로 잠정 결정했다”며 “현재 여야 간 합의가 거의 다 이뤄졌다”고 말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세울 때 지분 100%를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계열 확장을 막자는 취지지만 이 규정 때문에 SK, GS 등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그룹의 손자회사들은 외국 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할 수 없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은 기업에 비해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 규정에 묶여 있는 투자는 모두 3건이다. SK종합화학과 일본 JX에너지의 9600억원 규모 울산 파라자일렌 공장 투자(50 대 50), SK의 또 다른 손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와 일본 JX에너지의 3100억원대 울산 제3윤활기유 공장 신설(72 대 28), GS칼텍스와 다이요오일, 쇼와셸의 1조원 규모 파라자일렌 공장 투자(50 대 50) 등이다.

SK루브리컨츠·日JX에너지는 '지분 30%룰' 걸려 합작 불투명
정부는 투자 활성화를 위해 지난 5월1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외국 합작법인에 대해서는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을 50% 이상만 가지면 되도록 지주회사 규제를 풀어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 방안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대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가 불거지면서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정부는 이에 따라 외국인 신규 투자 지분이 10% 이상인 외국인 합작법인에 한해 지주회사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보완책을 냈지만 법안심사 소위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이자 기준을 30% 이상으로 올려 공감대를 얻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방안이 확정되면 SK종합화학과 GS칼텍스의 합작투자는 탄력을 받는다. 두 회사의 경우 일본 측 파트너와의 합작 비율이 모두 50%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측 지분이 28%에 불과한 SK루브리컨츠와 일본 JX에너지 간 합작 투자는 계획 변경이 불가피하다. SK루브리컨츠가 JX에너지와 합작투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JX에너지가 투자 지분을 2%포인트 끌어올려야 한다.
SK그룹 관계자는 “SK루브리컨츠와 JX에너지의 합작투자 비율은 2011년 맺은 양해각서(MOU)에 따른 것”이라며 “국회에서 법안이 확정되면 파트너 측과 다시 협의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의 이 같은 규제 완화에도 현재 대기 중인 외국계 기업과의 모든 합작투자를 성사시킬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증손회사 설립을 통해 외국과 합작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LG그룹의 LG디스플레이도 파트너 지분을 30%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협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자금력과 대외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견기업들의 불만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 12월 말 현재 지주회사는 총 115개이며 이 중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 소속이 30개, 중견기업이 85개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