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한국 히든 챔피언 1300 VS 23
독일의 경제 수도로 불리는 프랑크푸르트에서 남쪽으로 자동차로 2시간반 거리에 있는 바이블링겐시. 이곳에는 세계 1위 전기톱 생산업체인 안드레아스스틸이 있다. 회사 주변 도로에 회사 위치를 알리는 안내 표지판이 없고 정문에도 회사 이름을 쓴 간판이 걸려 있지 않다. 하지만 이 회사는 연간 매출이 8억8700만유로(약 1조3305억원·지난해)에 달하는 세계 1위 전기톱 생산업체다.

미하엘 보이보데 독일 만하임대 중소기업연구센터 소장(경영학과 교수)은 “독일에는 히든 챔피언이 1300개나 된다”며 “이들이 독일 경제의 중핵”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고 제품과 최고 서비스에 대한 장인정신 △기술에 대한 투자와 끊임없는 혁신 △자신있는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 △과감한 세계화 전략 △유연한 지배구조를 히든 챔피언의 성공 비결로 꼽았다.

반면 히든 챔피언의 저자 헤르만 지몬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히든 챔피언으로 부를 만한 기업이 절삭공구 업체인 YG-1, 오토바이 헬멧 제조업체 HJC 등 23개에 불과하다. 독일과 한국의 경제력에 차이가 있고 역사적인 배경도 다르기 때문에 숫자만 놓고 비교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그 차이(1300 대 23)가 과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갑수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은 중견기업들이 자생적으로 기술 개발 위주의 성장 전략을 펴온 점이 우리와 가장 큰 차이”라며 “정책 면에서는 가족 공동 경영이 가능한 상속세제나 기술인력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두드러진 차이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수출 중견기업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독일계 컨설팅업체 롤랜드버거코리아의 이석근 대표는 “한국 기업은 순발력과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만 보완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바이블링겐=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