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가 기반이 되는 시장에서 잇따른 사고가 발생하자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16일 오전 1시 22분경 전원공급 이상이 발생해 거래소 내 일부 서버가 멈추자 오전 3시께 시카고상업거래소(CME)와 연계된 코스피200 지수 야간선물 거래를 중단시켰다. 정상적인 장 종료 시점인 오전 5시보다 2시간 가량을 앞당겨 거래를 마감했다. 이에 따라 일 평균 거래량은 평소 대비 7000계약 가량이 줄어든 1만1000계약에 그쳤다.
강홍기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 상무는 "거래소 서울사무소 신관 및 별관의 갑작스런 정전 발생 뒤 애자(경질자기 등으로 만든 고체절연물)가 파손되면서 전원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면서 "전원공급이 안돼 항온항습장비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서버실 온도 상승으로 일부 서버가 멈췄다"라고 해명했다.
강 상무는 이어 "이날 정전사고로 인해 안정적으로 시스템을 관리하지 못한 점 매우 송구스럽다"면서 "재발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코스콤의 운영 인력을 증원하고 24시간 비상대비 체계를 갖추겠다"고 덧붙였다.
거래소가 해명과 함께 재발방지 노력을 약속했지만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전균 삼성증권 퀀트팀 팀장은 "변동폭이 완만해 투자자들의 피해는 크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변동폭이 커서 투자자들이 헤지를 해야하는 상황이었다면 투자자들의 피해가 막대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투자자가 매매하는 야간선물시장에서 시스템 장애로 거래가 중단되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전날 시세 지연 송출로 한바탕 홍역을 치룬 데 이어 잇따른 전산장애 시스템 장애로 사고가 이어지면서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전문가들은 야간선물 시장에서 직접 투자를 하는 외국인과 개인에 막대한 손해를 끼칠 수 있었다는 점과 현물시장의 투자 지표로 활용될 수 있는 야간선물 지표가 왜곡될 수 있었다는 점을 들어 재발 방지를 위한 거래소의 노력을 주문했다.
지난 2009년 11월 문을 연 CME 연계 야간선물 시장에서 거래가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경닷컴 정혁현 기자 chh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