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 '근거없다' 해도 찜찜
건물앞에 풍수 조형물 설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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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속설이 생겨난 것은 1990년대 외환위기 당시 서울역 맞은편 서향 빌딩에 입주한 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진 이후다. 대우빌딩(현 서울스퀘어)에 입주한 대우그룹은 1999년 외환위기를 맞아 해체됐다. 창립 40주년을 맞아 서울역 맞은편에 사옥(현 게이트웨이타워)을 지은 벽산건설 역시 1998년 재무위기를 맞으며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갈월동 갑을빌딩을 사옥으로 사용하던 갑을방직은 1990년대 말 문을 닫았다. 남영동 서향 사옥을 쓰고 있는 해태도 위기를 겪긴 마찬가지다.
서쪽은 ‘해가 지는’ 방향이어서 사업 성장에 맞지 않다는 미신이 더해져 서향 괴담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 한 대기업도 1970년대 사옥 건설 무렵에 ‘서울역 맞은편은 안 된다’는 풍수가들의 조언을 받아 건물용지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는 얘기도 전설처럼 전해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근거 없는 속설로 치부한다. 고제희 대동풍수학회장은 “북서향으로 집을 지으면 좋지 않다는 말이 있을 뿐 서향 건물이 흉하다는 개념은 없다”며 “땅의 기운은 단순히 건물의 방향에 좌우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역 맞은편에 대형 빌딩 ‘아스테리움 서울’을 최근 완공한 동부건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미신을 믿지 않지만 풍수지리학상 서쪽 호랑이의 기운을 막아준다는 코끼리상을 건물 주변에 설치키로 결정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 쓰러진 기업이 한둘이 아니고 서울에서 서쪽을 향한 사옥이 모래알처럼 많은데, 이처럼 황당한 속설과 연관지으려면 끝도 없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