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우리은행 인수전에 뛰어들 뜻이 없음을 밝혔다. 차기 국민은행장 선임은 다음주로 미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장 선임을 둘러싸고 각종 ‘외압’이 나타나고 있으나 임 회장은 ‘빼어난 업무 수행 능력, 내부 갈등 조정능력, 현직 부행장이나 계열사 대표’라는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소신 있게 후보자를 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인수하면 움직이기 힘들어”

임영록 KB 회장 "우리은행 인수 관심없다"
임 회장은 17일 한국은행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은행 인수전 참여 의사를 묻는 질문에 대해 “우리은행을 인수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총자산) 300조원인 우리은행을 인수하면 움직이지 못한다”며 “거대한 두 은행을 합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인수에 관심이 적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우리은행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을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임 회장은 지난 12일 취임식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KB금융그룹 전체의 비중이 은행 부문에 쏠려 있다”며 “비은행 부문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석에서는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나설 방침임을 밝히기도 했다.

임 회장은 결국 우리은행 인수를 포기하는 대신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직 슬림화 인사 단행

임 회장은 이르면 18일 국민은행장 후보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치른 뒤 수일 내 대표추천위원회를 열어 행장 선임을 결정지을 계획이다. 면접 대상엔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 김옥찬 국민은행 부행장, 윤종규 KB지주 부사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업무 수행 능력과 갈등 조정 능력을 최우선 잣대로 후보를 평가할 방침이다.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와 대표추천위원들이 냉정하게 평가를 진행해 적임자를 고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조만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도 단행할 예정이다. 계열사 중 KB생명, KB자산운용, KB투자증권 등 3개 회사 CEO의 임기가 지난 6월 만료된 상태다.

임 회장은 또 이날 오후 KB지주 임직원 인사를 단행했다.

▶관련인사 A37면

조직 슬림화 의지를 반영해 정보관리, 재무, 홍보, 준법감시, KB경영연구소장, 전략 등 6개 부사장직을 전략과 홍보, 준법감시 등 3개직으로 줄였다. 전략(CSO)과 재무(CFO) 담당 부사장직을 하나로 합친 핵심 보직에는 윤웅원 국민은행 재무관리본부장(53)이 선임됐다. 윤 신임 부사장은 한양대 경영학과 출신이며 주택은행으로 입행했다. 이후 국민은행 전략기획부장, 서소문지점장 등을 거친 재무기획통이다. 소신 있는 일처리로 직원들의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다. 홍보담당 부사장(CPRO)엔 김용수 전 KAIST 초빙교수(53)가 임명됐다.

또 전무급인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에 이기범 국민은행 부천지역본부장,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에 김재열 국민은행 녹색금융사업본부장을 인선했다. 부사장급이던 KB경영연구소장은 상무급으로 낮춰 조경엽 전 매일경제신문 부국장을 임명했다. 인사(CHRO) 및 홍보 담당 상무엔 각각 송인성 국민은행 선릉역지점장, 백문일 전 한컴 상무를 선임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