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경의 ‘트랜슬레이션 비너스 프로젝트’.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신미경의 ‘트랜슬레이션 비너스 프로젝트’.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예술가의 역량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새롭고도 특별한 의미를 이끌어내는 능력일 게다. 그것은 치열한 성찰과 끊임없는 조형적 실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고통의 산물이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정형민)이 19일부터 오는 10월20일까지 여는 ‘오늘의 작가상2013’전은 그런 작가의 사색과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작가 4인의 공동 전시다.

‘오늘의 작가상’은 한국 현대미술의 잠재력과 비전을 제시한 작가를 후원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10인의 추천단이 추천한 작가를 5인의 국내외 전문가로 이뤄진 심사위원단이 심사, 복수의 최종 후보 작가를 선발하고 이 중 한 명을 올해의 작가로 선정한다. 올해의 작가 후보에게는 4000만원의 후원금이 지급되고 최종 선정된 작가에게는 다큐멘터리 제작 등의 특전을 제공한다. 올해에는 공성훈 신미경 조해준 함양아 씨 등 4명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종후보로 선정됐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의 풍경화를 즐겨 그리는 공성훈은 유화 작품 ‘돌던지기’ 등 인간에 의해 연극무대처럼 변해버린 낯선 자연과 그 이면에 자리한 불가사의한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비누작업으로 세계무대에 잘 알려진 신미경은 ‘트랜슬레이션 시리즈’를 통해 대리석, 금속 등 견고한 재료로 만들어진 과거의 고전적 미술품을 무르고 부드럽게 만들어 고전미술이 지닌 가치의 영속성에 의문을 던진다.

조해준은 평범한 생활인의 소박한 창조물이 시공간의 간극을 뛰어넘어 예술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비디오 작업 ‘사이의 풍경’과 설치 작품 ‘기념수’ 등을 통해 보여준다. 함양아 작가는 비디오 작업 ‘넌센스 팩토리’를 통해 문화적 속물주의, 이데올로기화된 행복 등 우리 삶의 주변에 가득한 부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02)2188-6000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