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 ‘레옹’ ‘노킹 온 헤븐스 도어’에 이어 오는 25일 개봉 예정인 ‘그랑블루’까지. 올해 유난히 추억의 명작 영화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화질과 음향을 보완하는 디지털 리마스터링 과정을 거쳐 더욱 또렷하고 선명해진 영상으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영화들이다.

이뿐만 아니라 ‘쥬라기 공원’ ‘타이타닉’ ‘니모를 찾아서’ 등은 3차원(3D) 옷을 입고 대중 앞에 다시 섰다. 몇 년 전부터 ‘대부’(2010) 등 추억의 명작들이 이따금 재개봉됐지만 올해는 그 편수가 유난히 눈에 띄게 증가했다.

‘그랑블루’의 홍보 마케팅을 맡고 있는 강혁출 무비앤아이 대표는 “처음에는 명작을 다시 보여준다는 게 모험으로 여겨졌지만 지난해 ‘타이타닉’이 재개봉돼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하면서 가능성을 엿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도 그렇고 1980~1990년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이 굉장히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이런 추억 마케팅이 대세를 이루는 분위기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명작 영화 다시보기 붐은 드라마 ‘응답하라 1997’ 등을 비롯해 문화계 전반에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8090 문화’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과거에 영화를 관람했던 대중은 이를 통해 추억과 향수를 가져가는 셈이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추억’에만 의존하는 건 아니다. 단지 첨단기술을 통해 과거보다 선명해진 영상이나 3D만으로 화제를 모으는 것도 아니다. 현재 극장가에 재개봉되는 작품들은 지금 세대가 봐도 전혀 손색없는 그야말로 ‘명작’들이다. 영화 자체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그랑블루’ ‘레옹’ 등은 국내 개봉 당시 삭제됐던 장면들이 포함된 오리지널 버전이란 점에서 관심을 끈다. 8090 문화를 향유했던 3040세대가 아니라 10~20대 대중이 뛰어난 ‘명작’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강 대표는 “추억이기도 하지만 지금 세대가 봐도 괜찮은, 세대를 뛰어넘는 영화들”이라며 “과거에 영화를 봤던 세대가 ‘너희들이 봐도 좋은 명작이니까 꼭 보라’고 지금의 20대에게 홍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과 3D 버전에서 오는 차이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3D와 리마스터링 버전은 방법의 차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DVD 등 부가 판권 시장이 사라지고, 극장 수익 비중이 큰 한국 영화시장의 특수성도 재개봉 열풍의 한 원인이다. 정씨는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되는 영화들은 DVD 및 블루레이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지만 국내에는 그 시장이 작아 극장에서 잇달아 개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성운 텐아시아 기자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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