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뿐만 아니라 ‘쥬라기 공원’ ‘타이타닉’ ‘니모를 찾아서’ 등은 3차원(3D) 옷을 입고 대중 앞에 다시 섰다. 몇 년 전부터 ‘대부’(2010) 등 추억의 명작들이 이따금 재개봉됐지만 올해는 그 편수가 유난히 눈에 띄게 증가했다.
‘그랑블루’의 홍보 마케팅을 맡고 있는 강혁출 무비앤아이 대표는 “처음에는 명작을 다시 보여준다는 게 모험으로 여겨졌지만 지난해 ‘타이타닉’이 재개봉돼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하면서 가능성을 엿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도 그렇고 1980~1990년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이 굉장히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이런 추억 마케팅이 대세를 이루는 분위기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명작 영화 다시보기 붐은 드라마 ‘응답하라 1997’ 등을 비롯해 문화계 전반에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8090 문화’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과거에 영화를 관람했던 대중은 이를 통해 추억과 향수를 가져가는 셈이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추억’에만 의존하는 건 아니다. 단지 첨단기술을 통해 과거보다 선명해진 영상이나 3D만으로 화제를 모으는 것도 아니다. 현재 극장가에 재개봉되는 작품들은 지금 세대가 봐도 전혀 손색없는 그야말로 ‘명작’들이다. 영화 자체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그랑블루’ ‘레옹’ 등은 국내 개봉 당시 삭제됐던 장면들이 포함된 오리지널 버전이란 점에서 관심을 끈다. 8090 문화를 향유했던 3040세대가 아니라 10~20대 대중이 뛰어난 ‘명작’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강 대표는 “추억이기도 하지만 지금 세대가 봐도 괜찮은, 세대를 뛰어넘는 영화들”이라며 “과거에 영화를 봤던 세대가 ‘너희들이 봐도 좋은 명작이니까 꼭 보라’고 지금의 20대에게 홍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과 3D 버전에서 오는 차이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3D와 리마스터링 버전은 방법의 차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DVD 등 부가 판권 시장이 사라지고, 극장 수익 비중이 큰 한국 영화시장의 특수성도 재개봉 열풍의 한 원인이다. 정씨는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되는 영화들은 DVD 및 블루레이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지만 국내에는 그 시장이 작아 극장에서 잇달아 개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성운 텐아시아 기자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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