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잃은 공주사대부고 학생이 19일 텅빈 교실 책상에 엎드려 울고 있다. /연합뉴스
친구를 잃은 공주사대부고 학생이 19일 텅빈 교실 책상에 엎드려 울고 있다. /연합뉴스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이 해병대 체험캠프 도중 숨진 사고는 각종 청소년 여름캠프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데 따른 인재(人災)였다. 우후죽순처럼 난립하는 각종 여름캠프는 정부의 관리를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방치됐고, 사설업체들은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없이 돈벌이에만 매달리는 등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부실 덩어리’ 청소년 캠프

충남 태안 해병대 체험캠프 훈련을 받다 실종됐던  학생 5명 가운데 장모군의 시신이 19일 수색대에 의해 인양되자 아버지가 오열하고 있다.
충남 태안 해병대 체험캠프 훈련을 받다 실종됐던  학생 5명 가운데 장모군의 시신이 19일 수색대에 의해 인양되자 아버지가 오열하고 있다.
19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이번에 사고가 난 해병대 체험캠프는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 인증한 청소년 체험활동 시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청소년활동진흥원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 인력을 제대로 갖췄는지 심사하기 위해 2006년부터 청소년 캠프를 대상으로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19일 기준으로 인증받은 청소년 캠프는 1497개에 달하지만 이 중 공식 인증을 받은 해병대 캠프는 포항에 있는 한 곳에 불과했다.

더구나 캠프를 실제로 운영한 곳은 청소년 수련시설과 수상레저사업자 등록증을 보유한 현지 유스호스텔이 아닌 경기 성남시 분당의 작은 여행사였다. 유스호스텔이 여행사에 하도급을 준 것. 해양경찰청은 이 여행사가 학생 단체 여행객을 모집해 해병대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 있던 김모씨(30)와 이모씨(37) 등 교관 2명은 모두 인명구조사 자격증이 없는 임시직이었다.

김봉호 여가부 청소년활동진흥과장은 “인증제도 역시 의무사항이 아니라 해당 단체의 신청에 따라 심사하는 것”이라며 “인증받지 않고 활동하는 청소년 캠프는 수없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는 인가받지 못한 사설 캠프를 합치면 5000개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1월 시행법도 허가제 아닌 신고제

이전에도 여름캠프에서는 해마다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7월에는 경남 김해의 대안학교에서 무인도 체험을 갔던 학생 2명이 실종된 지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됐고 국토대장정에 참가한 10대 청소년들이 폭행과 성추행을 당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지난 3월 ‘청소년활동진흥법’을 개정해 ‘이동·숙박형 청소년 활동’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미리 계획서를 제출하고 허가를 받도록 했지만 이 개정안은 오는 11월 발효된다.

그러나 11월부터 시행되는 이 개정안마저도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라는 점에서 여전히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해당 단체가 캠프 활동을 각 지자체 산하 청소년활동센터에 신청만 하면 승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캠프가 여름철에 집중되는 가운데 지자체 센터 담당직원들이 일일이 수십개에 달하는 청소년 캠프를 제대로 심사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청소년캠프업계 잇단 악재에 곤혹


사고 이후 각종 청소년캠프에는 학부모 문의가 빗발치고 일부는 프로그램 참가를 취소하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한 해병대 체험캠프 관계자는 “인명구조사 등 자격증을 갖춘 강사가 있는지 묻는 학부모 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순례 등 다른 청소년캠프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토대장정 캠프를 운영하는 오길산 한국청소년그린캠프봉사단 총대장은 “지난해 한 국토순례 캠프에서 참가 학생들에게 가혹행위를 하는 사건이 있었고 이번 해병대 캠프 사고까지 겹쳐 캠프업계 사정이 굉장히 안 좋아졌다”고 전했다. 최광남 청소년자연탐험연맹 대표는 “올해 참가자는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사고현장에서는 오전부터 항공기 4대와 수중수색요원 42명 등 800명이 동원돼 장모군 등 공주사대부고 학생 시신 5구를 모두 인양했다.

해경은 사고 현장에 있던 교관 2명과 훈련본부장 이모씨(44) 등 3명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태안=임호범/강경민/양병훈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