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산업센터가 경매시장에서 틈새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은 지식산업센터가 밀집한 서울 가산동 G밸리 일대.  최성남 한경닷컴 기자
지식산업센터가 경매시장에서 틈새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은 지식산업센터가 밀집한 서울 가산동 G밸리 일대. 최성남 한경닷컴 기자
법원 경매시장에서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 공장)가 틈새 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식산업센터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경매시장에서 최고 수준인 아파트에 육박하고 경매 물건 대비 낙찰자가 결정된 물건의 비율인 낙찰률도 전체 평균을 훨씬 웃돌고 있다. 지식산업센터 경매 물건당 입찰하는 응찰자 수도 올 상반기 평균 4명으로 최근 10년 이래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매정보업체 관계자는 “공장으로 분류되는 지식산업센터가 일반 공장 경매 물건에 묻혀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업무용 빌딩 못지않은 지식산업센터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경매를 통해 시세보다 싼 값에 매입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아파트에 육박하는 낙찰가율

부동산 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법원에서 이뤄진 지식산업센터 경매의 평균 낙찰가율은 77.7%로 나타났다. 이는 법원 경매에서 인기 물건으로 꼽히는 다세대주택(89.5%), 아파트(82.9%)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비주거 경매 물건 가운데서는 낙찰가율이 가장 높다. 전체 공장의 낙찰가율은 평균 64.2%로 낮은 편이지만 지식산업센터만 놓고 보면 낙찰가율이 크게 올라간다. 아무래도 몸집이 작고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지식산업센터의 낙찰률은 39.9%로 법원 경매 물건 전체 평균(25.2%)을 웃돈다. 지식산업센터 경매 매물 10건 가운데 4건이 낙찰됐다는 의미다. 지식산업센터 경매 물건당 평균 응찰자(4명)도 최고치였던 2007년(3.9명)을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산업센터는 과거 공장으로만 인식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업무용 빌딩처럼 활용이 가능하다는 게 알려지면서 인기 물건으로 떠올랐다.

지식산업센터 분양정보회사인 다온리얼에스테이트의 설주익 대표는 “요즘 공급되는 지식산업센터는 초고층으로 대형건물인 데다 업무용 빌딩에 비해 임대료와 관리비가 저렴해 중소기업들이 사옥으로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로 지식산업센터를 매입하기보다 전세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일부 투자자는 법원 경매로 지식산업센터를 싼 값에 사들인 후 임대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체크 포인트

다른 경매 물건처럼 지식산업센터도 가격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투자에 뛰어들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지식산업센터는 순수한 사무실 용도이거나 제조시설이 포함된 경우로 나눠지기 때문에 활용 목적에 따라 미리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조금 다르다.

사무실 용도라면 관리비(공과금 포함) 연체와 인테리어 비용에 대한 유치권 행사 여부를 챙겨봐야 한다. 많게는 수억원대의 관리비를 연체했거나 인테리어 비용을 지급하지 않아 유치권을 행사하는 경매 물건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연체 관리비는 낙찰자에게 떠넘겨지기 때문에 맘에 드는 물건이라면 입찰 전에 관리비 연체 규모를 감안해 예정가를 적어내는 것이 좋다. 유치권 행사 물건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공장 시설이라면 기계 설비의 사용 가능 여부도 판단해야 한다. 법원에서 공개한 내용만으로는 설비들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인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실사와 감정평가서 사진 대조 등을 통해 파악해야 한다.

근로자들의 밀린 월급에 대한 반환 권리가 걸려 있는 물건도 있어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유치권 행사 여부는 경매 물건 정보로는 확인되지 않기도 해 현장 방문이 필수다. 심지어 허위로 유치권을 행사하는 사례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장 경매 전문 컨설팅업체 두인경매의 정재근 이사는 “법원 경매 사이트의 물건을 보고 가격만 고려해 입찰에 나서면 의도하지 않은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성남 한경닷컴 기자 sul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