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7년까지 제약산업 연구개발(R&D) 예산을 지금보다 2배로 늘리고 글로벌 신약 20개를 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제약산업 육성펀드 등을 활용해 민·관에서 5년간 총 10조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의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21일 발표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신약을 개발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현재의 제약산업은 복제약(제네릭)과 내수시장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한 후진적 구조라는 판단에서다.

이번 계획은 2020년까지 세계 7대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1단계 조치다. 2017년까지 제약업계 수출 11조원을 달성하고 세계시장에서 매출 1000억원을 넘기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네 개를 창출한다는 것이 기본 골자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신약 개발을 위한 복지부·미래창조과학부·산업통상자원부 등의 R&D 투자 규모를 현재 2.2%(2400억원)에서 2017년 4.5%(약 5000억원)로 2배가량 늘릴 계획이다.

정부 투자는 바이오시밀러와 줄기세포치료제 등 유망 R&D에 집중된다. 해외 선진기술과 신약 후보물질을 들여와 활용하는 개방형 R&D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는 글로벌 제약산업 육성펀드를 연간 1000억원 규모로 운영할 계획이다.

정부는 대구·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신약 개발의 중심 허브로 육성하기로 했다. 글로벌 수준에 맞는 실험동물 생산기관과 임상시험 인프라를 구축하게 된다.

박인석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범부처 간 협조를 통해 예산 확보 등 이번 종합계획이 충실히 이행되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며 “민간 제약사도 경영 혁신으로 신약 개발과 해외 수출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약업계에선 정부의 이번 발표를 환영하면서도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 등 민간기업의 신약 개발 노력이 부족했던 측면도 있지만 약가 일괄인하 등 그동안 규제 중심의 정부 정책이 제약산업을 키우지 못한 요인이었다”고 지적했다. 혁신형 제약기업 등 그동안 정부가 마련한 육성책도 실질적인 혜택이 미미해 제약사의 R&D 지원이 미봉책이었다는 비판도 많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약시장 규모는 112억달러로 2011년(122억달러)보다 10억달러 정도 줄었다. 글로벌 제약시장 순위는 13위에서 14위로 한 단계 내려왔다.

반면 신흥시장으로 주목받는 중국은 지난해 시장 규모가 497억달러로 전년보다 23% 급성장했다. 그 결과 중국은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권 시장에 처음 진입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