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현 "신참 여군장교와 말년병장 갈등 다뤘죠"
경기 북부 군사지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독특한 스릴러 ‘군사통제구역 820’(각본·감독 구모)이 오는 25일 개봉한다. 신참 여성 소위와 말년 병장 간 갈등을 축으로 수색대원들과 길 잃은 민간인들이 미스터리하게 한 명씩 숨져가는 이야기를 통해 위기 상황에서 인간의 악한 본성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느물느물한 노호익 병장 역을 해낸 김구현(35·사진)은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인다. 연예계 데뷔 10여년 만에 첫 주역을 해낸 그를 서울 광화문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노 병장 역은 군인으로 가장한 평범한 사람을 대변한다고 생각해요. 일상에서는 조용하게 살아가지만, 막상 좋지 않은 일이 닥치면 악한 본성이 드러나는 우리 자신이라 할 수 있죠. 스스로 억울하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책임을 남에게 떠밀고, 거짓말도 하게 되는 사람 말이죠.”

극 중 여자 소대장이 통제구역에 들어온 민간인들을 노 병장에게 안전지대로 인도하라고 명령하지만 노 병장은 소대장이 자신의 일을 떠넘겼다고 생각하고 상병에게 그 일을 맡긴다. 그러나 겁 많은 상병이 임무를 이탈하면서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특수한 공간에서 정보 부족과 인간의 이기심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준다.

“여군 장교가 늘고 있는 세태도 잘 반영했어요. 군 생활을 오래한 병장과 신참 여장교 간에는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죠. 저도 군대 말년에 여 장교가 내무반에 들어왔을 때 인사를 즉각 하지 않아 곤욕을 치렀던 경험이 있어요.”

첫 장면에서 여 소대장이 말년 병장의 군기를 잡기 위해 기합을 준다. 남자 부하들 앞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군대라는 남성 사회에 스며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부하가 수류탄을 분실하자 자신의 경력에 오점이 남을까봐 즉각 보고하지 않는다. 상병과 일병도 근무수칙을 어긴다. 여기에 군사통제구역에서 대마농사를 몰래 짓거나, 길을 잘못 든 민간인들까지 모든 인물이 잘못과 실수를 저지른다.

“2년 전 포천시에서 촬영할 당시 뛰고 구르는 장면이 많아 육체적으로 힘들었어요. 숙소에 돌아오면 파스를 붙인 채 끙끙 앓다가 현장에 나갔어요. 당시 촬영장은 개방지였는데, 지난해 통제구역으로 바뀌었더군요.”

그는 연기를 하면서 생업 전선도 병행하는 배우다. 중부대 연극영화과를 다니다 군 복무 후 2002년 대학로에서 연극 ‘아비’로 데뷔했고 그동안 10여편의 연극 무대에 섰다. 그러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 건설현장과 편의점 일용직을 병행했다. 2008년 케이블 드라마 ‘삼인삼색-동거동락’에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했는데 당시 메가폰을 잡은 구 감독과의 인연으로 이 영화에 출연했다.

“사회 경험이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앞으로 선과 악을 두루 표현할 줄 아는 연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느물거리는 악한 병장이나 편한 친구 같은 선한 인물 말이죠. 관객들이 제가 출연하면 볼 만하다고 믿어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