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의 국가기록원 존재 여부에 대한 국회 운영위원회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정치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대화록 실종을 가정하고 상대당의 공세에 대비한 전략 짜기에 몰두하고 있다. 여야는 벌써부터 대화록 행방을 찾기 위한 검찰 수사 및 특별검사제 도입까지 거론하고 있어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으로 시작된 정쟁이 사초(史草) 게이트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화록 실종 책임공방 불붙을 듯

여야 열람위원들은 22일 오전 국가기록원을 방문해 마지막 검색을 한 뒤 오후 2시 국회 운영위에 확인내용을 보고할 예정이다. 운영위는 이 자리에서 대화록 존재 여부를 최종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여야 열람위원 4명과 외부 전문가 4명 등 총 8명은 여야 합의에 따라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국가기록원에서 추가로 대화록 찾기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위가 대화록의 국가기록원 부재를 공표하면 대화록 실종을 둘러싼 여야 간 책임 공방이 불거지며 정국은 급속히 얼어붙을 전망이다. 당장 새누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넘겨받은 자료 목록에 대화록이 없었다”는 박경국 국가기록원장의 발언을 내세워 노무현 정부가 아예 국가기록원에 대화록을 넘기지 않았다는 ‘사초 폐기’ 의혹을 제기할 전망이다. 대화록 실종 경위와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만약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없다는 결론이 나면 NLL 포기 등 북한에 대한 저자세 외교 논란에 부담을 느낀 노무현 정부 청와대가 이를 폐기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며 “엄연한 국기문란 행위로 반드시 관련자를 찾아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검색 기간 연장 가능성도 있어


민주당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일단 대화록을 찾기위해 추가 검색 기간을 연장하자고 제안하되 대화록을 찾지 못할 경우 이명박 정부가 대선에 악용하기 위해 대화록에 손댔을 것이란 주장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의 검찰 수사 의뢰에 맞서 특검 제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화록 관련 민주당 의원들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2008년 7월 이명박 정부의 요구로 국가기록원에 반납한 봉하마을 e-지원(e-知園) 시스템을 같은 해 10월 검찰 입회하에 봉인했는데 올해 3월 노무현재단 사료팀이 국가기록원에 재방문했을 때 이 봉인이 해제돼있고 이 시스템에 누군가 접속한 흔적이 있었다”며 대화록 훼손 가능성에 대한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화록 추가 검색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야가 대화록 발견을 위해 국가기록원에 보관돼있는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인 e-지원을 구동키로 한 만큼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서버 가동과 정밀 검색을 위해 최소 1주일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 합의만 이뤄진다면 대화록 존재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미루고 재검색 기간을 더 늘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