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리 자축 > 참의원에 재선된 마루카와 다마요 자민당 의원이 21일 도쿄에 있는 선거 사무실에서 승리를 자축하며 인형에 눈을 그려넣고 있다.  /도쿄AFP연합뉴스
< 승리 자축 > 참의원에 재선된 마루카와 다마요 자민당 의원이 21일 도쿄에 있는 선거 사무실에서 승리를 자축하며 인형에 눈을 그려넣고 있다. /도쿄AFP연합뉴스
2007년 당시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끌던 자유민주당은 7월에 치러진 참의원(미국 의회의 상원 격) 선거에서 37석을 얻는 데 그쳤다. 역대 최저 득표를 기록했던 1998년의 44석에도 못 미치는 성적표였다. 정부의 허술한 연금 관리 문제와 각료들의 잇따른 실언 등이 겹치며 참패로 이어졌다. 집권 초기 70% 안팎에 달했던 지지율은 반토막났고, 두 달 뒤 ‘아베 내각 1기’는 출범 1년 만에 막을 내렸다.

6년 만에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하시모토 도루 일본유신회 공동대표가 21일 참의원 선거 직후 패인을 분석하며 “자민당의 기세를 멈출 수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이번 선거 분위기는 아베가 완전히 주도했다.

이에 따라 자민·공명 양당의 의석 수는 이번에 새로 뽑지 않은 기존 의석(59석)을 합쳐 133석을 웃돌게 됐다. ‘산술적 과반(122석)’을 넘어 참의원 상임위원장을 독점할 수 있는 ‘안정 과반(129석)’ 의석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참의원 제1당이었던 민주당의 의석 수는 기존 86석에서 50~60석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일본유신회와 생활의당 등 기존 중견 정당들의 입지도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6년 전 실패의 경험은 승리의 노하우로 쌓였다. 아베는 작년 말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신임 내각에 “참의원 선거까지 경제 이외의 이슈는 건드리지 말라”는 함구령부터 내렸다. 갖가지 망언으로 지지율을 깎아먹었던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였다. 외치(外治)에 약하다는 평가를 불식시키기 위해 집권 후 6개월 동안 동남아 중동 미국 등을 바쁘게 돌아다녔다.

선거 유세에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아베노믹스’ 선전에 할애했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가 이번 참의원 선거 유세에서 헌법 개정과 연금 개혁 등 논쟁이 될 만한 이슈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며 “6년 전 유세에서 연금 문제에 잘못 손을 대는 바람에 참패했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선거를 무난히 치러냄으로써 자민당은 다음번 참의원 선거가 열리는 2016년까지 ‘여대야소’의 정국을 이끌게 됐다. 선거에 대한 부담 없이 장기집권의 틀을 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선거의 판세가 일찌감치 자민당 쪽으로 기울면서 유권자들의 참여도는 크게 떨어졌다. 최종 투표율은 2010년 선거(57.92%)를 밑도는 52.26%로 추산된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