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만든 제습기가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LG전자의 지난 6월 제습기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7배 증가했다. 홈쇼핑에서는 무려 60배 이상 팔았다. 없어서 못 팔고 있는 상황이다. 판매량 급증에 힘입어 올해 판매 목표도 다시 잡았다. 지난해보다 3배 가까운 60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19종 신제품 출시


LG전자는 전년보다 보름이나 빠르게 올해 신제품을 출시했다. 신제품 종류도 19종에 달한다. 6ℓ, 10ℓ, 13ℓ, 15ℓ, 32ℓ 등 용량별로 세분화해 거실 서재 옷방 등 사용 공간과 제습 환경에 맞게 골라 쓸 수 있게 했다. 제습기는 일반적으로 방 2개에서 3개인 경우 10~13ℓ 제습기를, 4개 이상인 가정에서는 15ℓ 정도를 사용하면 편리하다.

신제품은 상하 양방향으로 바람을 내보낸다. 넓은 공간에서도 구석구석까지 제습할 수 있다. 습도 조절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30~80%까지 자동 조절이 가능하다.

강력한 제습 기능으로 빨래와 신발을 말리는 데도 효과적이다. 습한 장마철 빨래가 쉽게 마르지 않으면 냄새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제습기를 사용하면 쉽게 옷을 말릴 수 있다. 옷을 널어 두고 LG전자의 제습기를 의류 건조 모드로 작동시키면 건조시간을 자연 건조 때보다 4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신발 건조 기능도 따로 있다. LG전자가 개발한 Y자 호스를 제습기에 연결하면 비에 젖은 신발이나 운동화를 30~40분 정도면 건조할 수 있다. 연장 호스를 연결하면 장화나 부츠도 말릴 수 있다. 호스를 이용한 제습 기능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경쟁사들도 비슷한 기능을 넣고 있다.

○신발 건조 기능 인기

LG전자는 제품 사용 편의성을 대폭 강화했다. 투명창을 통해 물통의 물 높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물통을 편리하게 탈·부착할 수 있어 배수도 편하다. 물을 비울 때 흘러내리지 않게 안정감 있는 손잡이와 뚜껑을 추가해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결했다.

물통에 물이 가득 차면 자동으로 작동을 정지하고 상단 램프가 켜져 물통을 비울 수 있게 했다. 물통에 자유로운 회전 이동이 가능한 바퀴도 장착했다. 제품 상단의 메뉴 버튼 등도 크고 넓게 바꿔 보기 편리하도록 디테일에 신경을 썼다.

제균 및 탈취 기능도 탁월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3M 퍼펙트 필터를 장착해 제습과 함께 제균, 탈취도 가능하다.

가정용 제습기 전 모델이 에너지 효율 1등급이다. 제습기 작동시 도서관 수준으로 조용해 소음 걱정도 줄였다는 게 회사의 자랑이다. 외관도 레드, 실버, 골드 등 튀는 색으로 깔끔하게 디자인했다.

○컴프레서 기술 장점

LG전자 관계자는 “가장 큰 강점을 꼽으라면 컴프레서(압축기)”라고 말했다. 컴프레서는 제습기의 심장에 해당한다. 제습기의 작동 원리는 공기 중의 습기를 물로 응결시키고 건조한 공기를 내보내는 것이다. 이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부품이 컴프레서다. ‘컴프레서’ 기술력이 제습기의 성능을 좌우하는 셈이다.

컴프레서는 냉장고 에어컨 정수기 등 다른 생활가전의 핵심 부품이기도 하다. 여러 가전제품을 만들고 있는 LG전자가 이 분야에서 앞선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설명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중국산 컴프레서를 사용하는 다른 회사 제품과 달리 LG전자는 직접 생산한 국산 컴프레서를 사용하고 있다”며 “우수한 핵심 부품을 사용해 여름철의 눅눅함을 단번에 없애주는 강력한 제습 능력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LG전자 AE사업본부의 조주완 상무는 “건강한 생활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습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사용 편의성과 강력한 제습 성능을 갖춘 신제품을 통해 제습기 시장 1등 브랜드 입지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숙 주부 LG제습기 사용해보니…"유일한 국내생산 제품에 신뢰…책 곰팡이 냄새도 싸~악"

제습기를 처음 돌려보고 크게 놀랐다. LG 제습기 성능이 좋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많은 물을 모을 줄 몰랐다. 거실과 방에서 약 3시간씩 제습기를 사용했더니 각각 500㎖의 물이 나왔다.

LG 제습기는 LG전자 창원 공장에서 만들어진다고 알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유일한 제습기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중국에서 만들어 오는 다른 회사 제품과 달리 품질 관리도 세심하게 할 테니 말이다.

LG 제습기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신발 건조 기능이다. 제습기 뒷부분에 일자 호스를 연결하면 된다. Y자 호스를 연결하면 신발 양쪽에 끼워 건조할 수 있다. 실내화 구두 운동화 장화 샌들 등 신발을 쉽게 말릴 수 있다. 최근 장화를 많이 신는데 관리를 잘못하면 무좀이 생길 수 있다. 운동화를 한 번 탈수하고 제습기로 말리니 불과 30~40분 만에 보송보송해졌다.

아이들은 습도에 민감하다. 우리 집 아이도 그렇다. 제습기를 틀어 이불을 보송하게 만들어주니 좋아했다. 자기 전에 제습기를 틀어 놓으면 이불이 보송보송해서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됐다. 제습기를 10여분만 가동하고 보송한 이불을 덮으니 기분도 좋았다. 끈끈한 침구류를 빨 수도 없고, 장마철은 오히려 잘 안 말라서 냄새가 나기 쉬운데 제습기를 사용하고부터는 침구류가 보송보송해 좋았다.

특히 장마철 습기를 책이 흡수하면서 전집류 등에서 곰팡이 냄새가 나기도 한다. 이것도 제습기로 습기를 제거해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었다.


◆노재원 AE사업본부 팀장"소비자 체험 만족도 입소문"

LG전자는 1987년 제습기를 국내 시장에서 처음 내놨다. 자체 기술로 제습기 완제품을 독자 개발해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 출시했다.

제습기 시장은 그러나 20년 가까이 답보 상태를 면치 못했다. 연간 판매량이 수백, 수천대에 불과했다. 그래도 LG는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선보였다. 제습기를 TV나 라디오 등을 통해 직접 광고하거나 홍보하지는 않았지만 언론 보도나 체험 마케팅을 통해 꾸준히 인지도를 높이는 활동을 해왔다. 그런 노력이 요즘 결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노재원 AE사업본부 팀장(사진)은 “제습기는 직접 써본 소비자들의 체험 만족도가 높은 제품”이라며 “제습기를 통해 쾌적한 느낌의 실내, 빠른 빨래 건조 등을 눈으로 확인한 소비자 사이에 입소문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

주거 환경 변화도 제습기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베란다가 없거나 중앙 냉난방을 해서 개별 제습 기능을 사용할 수 없어 제습기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이런 변화에 빨리 대비했다. 수요 급증의 트렌드에 맞게 올초 창원 공장 제습기 라인을 새롭게 정비했다. 판매가 급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지난 5월부터 풀가동에 들어갔다.

노 팀장은 “LG전자는 국내 제습기 시장을 키워 왔기 때문에 시장 트렌드에 대해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며 “그 때문에 가장 효율적이고 적극적으로 시장 변화에 대처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