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출범 100일] "미래부, 제역할 한다" 13% 뿐
미래창조과학부 출범 100일간의 정책 수행에 대해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 전문가는 10명 중 한 명에 불과했다. 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에서도 10점 만점에 5점대의 낮은 점수를 줬다.

한국경제신문은 미래부 출범 100일(7월25일)을 앞두고 22일 각계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와 벤처기업 경영자, 과학기술 분야 연구자, 대학 교수, 경제 전문가 등이 참여했다.

이번 조사에서 ‘미래부가 출범 후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잘했다(2%)’ ‘대체로 잘했다(11%)’ 등 긍정적 응답은 13%에 그쳤다. 반면 ‘못했다(38%)’와 ‘매우 못했다(3%)’ 등 부정적 대답은 41%에 달했다. 응답자의 46%는 ‘보통이다’고 답했다. 미래부 정책 전반을 10점 만점으로 평점을 매긴 결과도 5.53점으로 낙제에 가까웠다.
[미래부 출범 100일] "미래부, 제역할 한다" 13% 뿐
창조경제 업무를 맡은 미래부는 ICT와 과학기술 분야 정부 조직을 합쳐 신설됐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를 맡은 아이콘 부처다. 하지만 지난 3월 정부조직법 개정안 국회 통과 후에도 장관 내정자가 바뀌며 4월17일에야 지각 출범했다. ‘창조경제 실현계획’ ‘글로벌창업 활성화 계획’ 등 그동안 내놓은 정책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각계 전문가 100명에게 미래부가 그동안 발표한 정책에 대한 평점을 부탁한 결과 냉정한 점수가 나왔다. 벤처 창업 활성화 정책(5.59점), 소프트웨어(SW)산업 육성 정책(5.46점), 과학비즈니스벨트 계획 변경(5.34점), 국가사이버안보 종합대책(5.22점), 창조경제 실현 계획(5.20점), 주파수 경매 추진(5.16점) 등 주요 정책 모두 5점대에 머물렀다.

미래부가 그동안 가장 잘못한 정책 분야로는 창조경제 정책이 꼽혔다. 응답자의 58.3%가 가장 잘못한 일로 ‘창조경제 비전 제시’를 지목했다. 다음으로 벤처 창업 활성화(16.7%), ICT산업 활성화(12.5%) 순으로 답했다. 제 역할을 못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정책의 실효성, 구체성 결여(49.0%)’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업무 및 예산 조정 권한 부족’을 꼽은 응답자도 23.5%에 달했고, ‘다른 정부 부처와 공조 미비(13.3%)’ 문제도 지적했다.

그러나 남은 임기 동안의 정책 집행에 대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다(35%)’는 기대감이 ‘지금보다 나빠질 것이다(26%)’라는 부정적 전망보다 많았다. ‘지금과 비슷할 것이다’라는 응답은 39%였다.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미래부 중심의 창조경제 컨트롤 타워 설치(44.1%)’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미래부에 정책 조정 기능 부여(33.8%)’ ‘미래부 장관의 부총리 승격(13.3%)’ 순이었다. 창조경제 실현이라는 임무에 맞춰 미래부에 실질적 권한과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과학과 ICT 조직 간 융합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한 대학 교수는 “5년 후 과학과 ICT 조직이 다시 분리될 것을 고려해 사업을 각각 추진하는 일이 많다”며 “정책도 짜깁기 형태가 대부분으로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태훈/김보영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