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화촬영 메카'로 다시 뜬다
지난 16일 부산 강서구 대저동 생태공원. 영화 ‘친구2’의 촬영이 한창이다. 배우들과 스태프가 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면서 달리거나 이야기하는 모습을 만들고 있었다. 2001년 부산을 영화도시로 알리는 계기가 됐던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연내 상영을 목표로 속편을 찍고 있는 것이다. 2001년 800만 관객을 동원한 친구 제작팀이 12년 만에 다시 부산에서 친구2를 촬영하면서 ‘영화도시 부산’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친구2’뿐 아니라 부산에서 촬영해 개봉한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도 ‘소원’을 촬영, 하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윤종빈 감독은 개봉한 ‘범죄와의 전쟁’에 이어 지난 6월 말부터 ‘군도’ 촬영에 들어갔다. 이 밖에 장진 감독의 ‘하이힐’, 양우석 감독의 ‘변호인’, 안권태 감독의 ‘깡철이’, 김휘 감독의 ‘무서운 이야기2’ 등도 부산 곳곳에서 촬영했거나 촬영 중이다.

22일 부산시와 부산영상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부산에서 촬영한 영화 및 영상물 작품은 38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편)보다 52% 늘었다. 권소현 부산영상위원회 홍보담당은 “2011년 71편에서 2011년 60편, 2012년 61편에 그쳤던 촬영건수가 올 들어 상반기에 크게 늘어나면서 연말까지 75편을 넘어설 것”이라며 “부산은 2015년께 한 해 100편의 영화를 촬영하는 도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부산의 촬영건수는 대전과 전남, 경남 등 다른 지역에서 현상 유지하거나 줄고 있는 추세와는 딴판이다. 대전은 올 상반기에 5편을 제작해 지난해 같은 기간(8편)보다 크게 줄었다. 전북은 올 상반기 23편을 촬영해 지난해 같은 기간(25편)보다 다소 줄었고 전남은 상반기 지난해와 같은 3편 제작에 그쳤다. 경남도 올 상반기 7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편)보다 줄었다.

이처럼 올 들어 부산의 촬영 증가는 부산영상위원회가 부산이 산과 강, 바다를 갖춘 도시라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나선 데다 곽경택, 김휘, 안권태, 윤종빈 등 부산 출신 감독들이 고향에서 작품을 만들겠다는 애향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부산시와 부산영상위원회가 부산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영화제작·기획·개발자금을 지원한 것을 비록해 시나리오 창작 공간 및 제작자금, 영화 제작진의 숙박비용 50%와 렌터카를 지원한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부산영상위원회는 제작비 등으로 지난해 6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올해는 9억원으로 늘렸다. 촬영도 초창기에는 자갈치시장과 해운대, 컨테이너부두 등 바닷가와 옛날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범냇골 철도길 등 도심지에서 찍었으나 최근 들어선 외곽 생태공원과 화명수목원, 메리놀병원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부산시와 부산영상위원회도 제2의 도약 열풍을 살려 부산영화투자조합을 출범, ‘영화촬영 중심지 부산’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부산시는 24일 영화의전당에서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이 참가한 가운데 영화펀드 50억원을 조성하는 ‘부산영화투자조합 1호’ 출범 협약식을 갖는다.

‘부산영화투자조합 제1호’는 부산시 30억원,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운영하는 배급사 리틀빅픽쳐스 15억원, 유니창업투자 3억원 등 모두 50억원 규모로 조성돼 운영된다. 이 같은 시도에는 대기업이 좌지우지하는 충무로 중심의 영화 제작 여건을 바꿔 보려는 제작자들의 고민이 담겨 있다.

유효종 부산시 영상산업과장은 “영화투자조합은 충무로 중심의 영화제작 구조를 바꿔 보려는 새로운 시도”라며 “부산이 영화도시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