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의 사원 명찰을 단 박원일(왼쪽)·김선영 씨. 이들은 “초코파이·닥터유·마켓오의 명성을 이어갈 오리온에 입사하려면 고객의 마음을 읽을 수 있도록 ‘디테일’을 챙기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오리온의 사원 명찰을 단 박원일(왼쪽)·김선영 씨. 이들은 “초코파이·닥터유·마켓오의 명성을 이어갈 오리온에 입사하려면 고객의 마음을 읽을 수 있도록 ‘디테일’을 챙기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큰 목소리·과자 사랑으로 '달콤한 인연' 찾았죠
“오리온 입사 후 건강보험증을 받을 때 울컥 눈물이 났어요. 그동안 나이 서른이 넘도록 제 이름으로 된 건강보험증 없이 살아왔거든요.” 방송사 프리랜서 아나운서에서 지난달 국내 제과업계 최고 기업인 오리온 홍보맨으로 변신한 박원일 씨(31)는 아나운서 출신다운 또렷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올 1월 입사한 김선영 씨(23)는 아직도 풋풋한 여고생 같았다. 대학에서 ‘패키징학’을 공부한 그는 지난해 여름방학 한 달 동안 오리온 인턴십에 지원한 게 입사 계기가 됐다. “다른 회사에 간 친구들은 재고관리와 구매 업무를 주로 한다고 하는데 저는 제 전공을 살려서 일하고 있어요.”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다 보니 임원 앞에서 프레젠테이션(PT)을 할 기회도 가졌다. 김씨가 신입사원으로 당당히 임원 앞에서 PT를 할 수 있었던 원천은 ‘고객 사랑’이었다. “제가 만든 과자를 통해 단 한 명의 고객이라도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면 기쁠 것 같아요.”

서울 문배동 오리온 본사에서 박원일·김선영 씨를 만났다. 지난해 2조3680억원의 매출을 올린 오리온그룹의 담철곤 회장은 번듯한 본사 빌딩을 올릴 만도 하지만, 1956년 7월 풍국제과를 인수한 부지 그 자리에서 6층짜리 빌딩을 57년간 지켜오고 있다. 잡인터뷰에 동행한 한 취업준비생은 “초코파이(오리온의 대표적인 브랜드) 본사가 숙명여대 근처에 있는 줄 처음 알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외형보다 내실을 다져온 오리온은 초코파이의 명성을 이을 ‘또 다른 50년’을 준비 중이다. 최근엔 닥터유·마켓오 브랜드로 과자 시장을 선도하고 중국 시장 매출 1조원 시대를 연 오리온이 집중하는 ‘Only Orion’에 걸맞은 인재는 누구일까. 오리온이 뽑은 인재들을 통해 ‘입사 노하우’를 들어봤다.

◆아나운서 출신의 홍보맨

대학 4학년, 취업을 앞둔 박씨는 1년간 10개의 자격증을 땄다. 워드·리눅스는 물론 비서자격증도 갖고 있다. 그는 “크든 작든 가리지 않고 무조건 도전한 것이 많은 자격증을 취득한 비결”이라고 털어놓았다.

‘자격증 달인’ 박씨에게 입사원서의 몇 칸 안 되는 자격증란 채우는 법을 물어봤다. “지원 직무와 관련된 자격증을 먼저 써야겠죠. 다음엔 국가공인 자격증을 쓰는데, 급수가 높은 것을 쓰면 됩니다.”

아나운서 출신인 박씨가 면접 때 가장 강조한 것은 역시 ‘자신감 있는 목소리’였다. “제가 오리온에 합격한 비결의 80%는 뻔뻔할 정도로 자신감 있는 목소리였어요. 면접장에선 같은 말도 자신 있게 대답하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요.” 그는 이런 자신감 있는 목소리는 대학시절 응원단장, 댄스·기타 동아리 활동을 하며 크고 작은 무대 경험을 통해 남 앞에 서는 훈련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하반기 취업준비생들에게 ‘강점을 더욱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을 조언했다. “내게 없는 스펙을 꼭 채우겠다는 생각은 버리세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강점을 더욱 잘 살릴 수 있는 것이 뭔가를 생각했으면 합니다.”

홍보맨 박씨의 24시간은 어떨까. “아침 6시에 나와 조간신문 스크랩부터 합니다. 식음료업계 이슈는 물론 정·재계 핫이슈도 꼼꼼히 체크합니다. 틈틈이 인터넷 매체를 검색하고, 석간과 저녁 가판신문도 챙깁니다. 퇴근 후에도 눈과 귀는 항상 뉴스를 향해 촉을 세우고 있어요.”

◆한 시간 일찍 출근한 우수인턴

김씨는 패키징을 ‘제품과 소비자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오리온 PI(패키징 이노베이션)팀의 막내인 그는 “제품 기획단계부터 적합한 포장재를 선택하고 환경을 고려한 포장법과 효율적인 물류 프로세스를 통해 어떻게 하면 소비자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것이 제 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대학에서 고분자, 소재, 식품 등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포장·물류·마케팅·품질관리 전 과정을 배우는 패키징학을 전공했다. 김씨는 “패키징학을 통해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부터 소비자에게 이르기까지 전체 흐름을 읽는 안목을 길렀다”고 말했다. 그는 식품에도 관심이 많아 식품공학을 복수전공했다.

지난해 우수인턴으로 뽑힌 김씨에게 비결을 묻자 “한 시간 일찍 나와 준비한 것밖에 없는데…”라며 겸손해했다. 우수인턴으로 뽑힌 덕에 서류전형은 물론 실무·임원면접을 면제받은 김씨는 최종면접 때 강원기 대표가 던진 질문을 떠올리며 ‘디테일’을 강조했다. “대표님의 질문이 ‘이마트·롯데마트에서 초코파이가 얼마에 팔리는지 아느냐’였어요. 사실 저는 초코파이 가격과 판매량뿐 아니라 오리온의 중국, 러시아, 베트남 시장 매출까지 재무제표를 통해 모두 알아놨거든요.”

김씨는 오는 11월을 겨냥한 ‘수능생 에너지바’를 기획 중이다. “제 바람은 제가 기획한 제품을 전 세계 마트에서 볼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손자·손녀들도 먹을 수 있는 제품’을 기획하고 싶습니다. 이번 인터뷰가 취업준비생에게 에너지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