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인비가 23일 인천공항에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박인비는 다음달 1일 개막하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출전해 한 시즌 메이저대회 4승에 도전한다.  /연합뉴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인비가 23일 인천공항에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박인비는 다음달 1일 개막하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출전해 한 시즌 메이저대회 4승에 도전한다. /연합뉴스
“골프를 시작한 이래 지금 부담감이 가장 큰 게 사실입니다. 그만큼 많은 팬들이 생겼으니 프로 선수로서 기분 좋은 일이죠. 그동안 잘 해온 것처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이겨내야죠.”

한 시즌에 4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캘린더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골프여제’ 박인비(25·KB금융그룹)는 밀려오는 부담감 속에서도 여유로움을 잃지 않았다. 23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 박인비는 몰려든 취재진을 향해 “이렇게 많은 환영을 받으며 들어온 적이 없어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메이저대회 3승을 거둬 세계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박인비의 입국 현장에는 1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그에게 쏠린 관심을 실감케 했다.

빨간색 티셔츠에 남색 바지를 입고 흰색 모자를 쓴 채 입국장에 들어선 박인비가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은 부모가 아니라 할아버지 박병준 씨(81)였다. 할아버지는 박인비에게 골프를 배우도록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인비는 할아버지와 포옹을 나눈 뒤 “24일이 할아버지의 81번째 생신이다. 좋은 성적으로 할아버지를 만나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캘린더 그랜드슬램에 대한 주위의 기대가 높아지면서 부담감이 커졌지만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이었다. 박인비는 “제가 좋아하는 골프를 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감당해야 할 일”이라며 “잘 치고 있으니까 따라오는 일이라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지난 2주 동안 성적이 좋지 않았던 데 대해서는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너무 많은 일정을 소화하다보니 피곤했다”며 “퍼팅 스트로크가 달라져 지난주 수정을 했고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언론의 취재 요청도 쇄도했지만 10%도 소화하지 못했다”고 했다. 다음주 열리는 브리티시오픈에 대해서도 부담 없이 임하겠다고 했다.

“사실 올시즌 너무 잘해왔고 올초 목표는 올해의 선수상이었는데 메이저 대회 3승을 비롯해 6승을 거둔 것은 제 실력의 200% 이상 잘한 거라고 생각해요. 부담 없이 제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해요.”

그러면서도 브리티시여자오픈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박인비는 “US여자오픈 때 컨디션이 90~100%였다면 지금은 80% 정도”라며 “이번 주 쉬면서 끌어올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주 동안 샷과 퍼팅의 날카로움이 떨어졌다”며 “더 날카롭게 갈아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브리티시오픈이 열리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 대한 자신감도 나타냈다. 박인비는 “세인트앤드루스는 페어웨이가 넓어 날씨가 좋으면 스코어가 잘 나올 수 있다”며 “자연과 날씨에 스코어가 달려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비바람이 많이 불 가능성이 높은데 타구가 바람을 뚫고 가는 스타일이어서 상대적으로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박인비는 다음달 1일부터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출전한다. 이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면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할아버지 생신을 함께하기 위해 이날 가족과 시간을 보낸 뒤 후원사와 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24일엔 이탈리아의 스포츠카 브랜드 페라리 후원 협약식을 갖고, 25일엔 후원사인 삼다수 행사를 위해 제주도로 간다. 26일엔 후원사 KB금융그룹과 휠라를 방문한 뒤 28일 영국으로 출국한다.

인천공항=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