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혈세로 조성된 정부 보조금이 줄줄 새고 있다. 대학 총장과 중소기업 대표 종교단체 수장 등 사회 지도층부터 농어촌 주민까지 각종 보조금을 빼돌려 생활비와 카지노 도박자금, 주식 투자비 등으로 쓰다 적발됐다.

대검찰청은 작년부터 올 6월까지 전국 검찰청에서 정부보조금 비리를 집중 단속한 결과 총 70여개 업체 및 단체가 631억원 상당의 보조금을 거짓으로 받아낸 사실을 적발, 312명을 입건하고 93명을 구속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서울 강남구의 여행전문업체 A사는 보건복지부의 돌봄여행사업자로 선정돼 20억원을 보조받았지만 이 돈으로 간호사나 요양보호사 등 전문 돌봄인력을 채용하는 대신 카지노업체 주식 매입 등으로 횡령했다.

서울 서초구의 건설장비업체 B사는 수도권에 공장이 없는데도 전남 투자유치자문관 등과 짜고 공장을 전남으로 이전해 100억원을 투자할 것처럼 속여 국가균형발전보조금 7억7000만원을 타냈다. 산업기술평가원 등의 연구개발비, 사회일자리창출 지원금, 사회복지시설 지원금, 지역특화사업 보조금, 대학 관련 국고보조금 등도 허술한 집행 과정과 검증 체계의 미비로 ‘눈먼 돈’이 되는 사례가 많았다.

이동열 특별수사체계개편추진 태스크포스 팀장은 “범죄 수익을 철저히 박탈해 범죄 유인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