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정책금융公과 통합…재무 문제없어…STX팬오션 살아나면 인수 재검토"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통합해도 재무구조에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은행이 정책금융의 맏형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두 기관의 통합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홍 회장은 24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책금융기관 체제 개편 문제와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우증권 등 자회사 처리와 관련해서는 “산은이 직접 투자은행(IB) 기능을 할 수 있으면 더 낫지 않겠느냐”고 말해 매각 방침을 시사했다. 이어 “법정관리 중인 STX팬오션에도 필요할 경우 자금을 지원할 용의가 있다”며 “STX팬오션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인수 여부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책금융공사와 합쳤을 때 재무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는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약 1.5% 떨어지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할 수 있다. 하지만 두 기관으로 분리되기 전 산은이 갖고 있던 자산이기 때문에 예전 재무구조로 돌아간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산은과 정책금융공사가 통합하면 업무가 중복될 것 같은데.

“아직 통합 결정이 안 됐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 없다. 현재 업무로만 본다면 일부 대기업 여신 등이 중복된다. 하지만 정책금융공사는 중소기업에 대한 간접대출(온렌딩) 중심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내 기본적인 철학은 공공부문은 줄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직원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도 필요하다는 얘기인가.

“아직 통합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거론하기는 이르다.”

▷정책금융기관 재편으로 산은이 수출입은행과 마찰을 빚을 것이란 우려도 있는데.

“산업은행이 수행하는 해외금융은 대부분 민간 영역이어서 마찰은 우려하지 않는다.”

▷정책금융공사와 통합한 뒤 일부 기업공개(IPO)를 계속 추진하나.

“통합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IPO는 현재 잠정 중단돼 있다. 앞으로 산은금융지주의 방향이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IPO 여부도 결정될 것이다.”

▷업계 1위인 KDB대우증권 등 자회사 매각도 검토하고 있는지.


“대우증권은 정책금융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해왔다. 창조금융 등에도 역할이 있다. 대우증권 매각 여부는 앞으로 정책금융을 할 때 투자금융기관의 역할을 어느 정도로 하느냐, 또 산업은행법이 어떻게 개정되느냐에 달려 있다. 정책금융 맏형 역할을 하면서 금융상품도 개발하려면 IB도 필요하다. 그런데 인수위에 있을 때보다 산은에 와서 보니 (대우증권이 아니라) 산은의 자체 IB 기능을 상당히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식을 인수하는 문제 등도 지금까지는 대우증권 도움을 받은 것이 있는데, 산은이 직접 할 수 있으면 더 낫지 않나 생각한다.”

▷전임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소매금융 부문을 축소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자금조달구조를 보면 산업금융채권(산금채)과 예금(소매금융)의 비중이 현재 5 대 5다. 양쪽의 자금조달 비용을 비교해서 조정하겠다. KDB다이렉트 상품 등을 급격히 조정하는(줄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수신 금리가 높다는 지적을 감안해 적정한 선으로 조정할 예정이다.”

▷STX조선해양은 어떻게 되고 있나.
“다음주 중 회사 및 지배주주와 경영정상화 계획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단계적으로 정상화 방안을 실행할 계획이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경영에 계속해서 참여할 수 있는가.

“STX조선 정상화 과정에서 대주주 감자가 불가피하다. 강 회장도 대주주의 지위를 잃게 된다. 강 회장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는 채권단이 결정할 문제다. 하지만 강 회장의 전문적인 지식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STX그룹으로 인한 손실 규모는.


“1조원 이상 손실 처리하거나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는데, 회사별 정상화 방안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최악의 경우에는 상당한 손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STX팬오션을 살릴 계획인가.

“실사 결과를 보고 인수를 포기했다. 하지만 필요한 경우 자금을 지원할 용의가 있다. STX팬오션이 법정관리를 졸업할 때쯤 계속기업 가치를 검토해 괜찮다고 판단되면 인수 여부를 다시 검토해 볼 수 있다.”

▷STX다롄 문제가 복잡하다는데.


“대규모 영업손실과 과다한 차입금에 따른 이자비용 등으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해 가동이 중단됐다. STX그룹은 중국 다롄시, 공상은행, 산은, STX 등 4자협상을 제안해 놓은 상태다. 산은은 한국 채권단과 협의해 대응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STX다롄은 계열사의 지급보증을 통해 중국 은행들로부터 8000억원 정도를 대출받은 상태다.”

▷최근 기업개선지원부를 신설했다.


“기업구조조정부와 별개로 부실 징후 기업을 컨설팅 등으로 사전 구조조정하기 위해 만들었다. 지난해 5월 STX그룹과 재무구조 개선 협약을 맺었는데 최근 실사해 보니 자산은 반으로 줄고 부채는 두 배로 늘었다. 사전에 대처했으면 부실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나.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금융위원회, 국회와 협조해야 하는 사안이다. 연구하고 있고 태스크포스(TF)도 출범시켰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