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끊긴 평양발 뉴스와 북·중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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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인민일보 인터넷판의 北 뉴스…4년 전 사진에 3년 전 뉴스뿐
소원해진 양국관계 말해주는 듯
박성래 <한국외대 명예교수·과학사 parkstar@unitel.co.kr>
소원해진 양국관계 말해주는 듯
박성래 <한국외대 명예교수·과학사 parkstar@unitel.co.kr>
베이징에서 나오는 인민일보가 흥미롭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인터넷판에는 외국어판이 연결돼 있다. 영어-일본어-프랑스어-스페인어-러시아어-아랍어-한국어 순서다.
이 신문의 ‘한국어판’에는 중국의 주요 소식이 한글로 소개되기도 하지만, 한국 관련 소식도 연예인 이야기 등 제법 많다. 뿐만 아니라 10분짜리 중국어 강의 동영상도 올라 있다. 주로 이 신문에 접촉하는 한국인들에게 중국어를 보급하려는 노력임을 알 수 있다. 몇 가지 중국 소식은 한국어로 번역해 보여주기도 하는데, 몇 주 전에는 ‘중·일·한, 공용한자 800자 발표…내년 최종 한자표 발표’란 한글 기사가 중국어 원문과 함께 나란히 실려 있었다. 역시 여기에 접촉하는 한국인들에게 중국어를 익히게 도와주려는 노력인 듯하다.
그런데 왜 ‘중국의 혈맹’ 조선어판은 없을까. 사실 조선어판도 있기는 하다. ‘소수민족어’란 항목을 클릭하면 몇 가지 언어가 뜨는데, 그 가운데 ‘조선어(朝鮮語)’란 항목이 있다. 분명히 지난해쯤에는 영어 일본어 등과 함께 ‘조선어’와 ‘한국어’가 따로 떴었는데, 언젠가 이것이 바뀐 듯하다. 어쨌거나 바로 이 조선어판에는 ‘조선 뉴스’와 ‘한국 뉴스’가 나란히 오르도록 구성돼 있다.
예를 들면 지난 14일자 ‘조선 뉴스’에는 중국이 김정일 밀랍상을 선물했다는 사실, 조선이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촉구했다는 기사, 그리고 조선 만경대혁명학원 탐방 사진 등이 실려 있었다. 같은 날 ‘한국 뉴스’로는 개성공단 문제로 남북이 회담한다는 기사,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 등이 보도돼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여기 등장하는 북한에 관한 기사도 많은 경우 그 소식통이 한국 신문이란 점이다. 북한에 대한 소식을 북한 매체가 아니라, 한국 언론에서 얻어서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난 24일자 ‘조선 뉴스’에는 ‘김정은 여동생 노동당 활동…’이란 기사가 있는데 한국 신문에서 취재한 사진과 기사 내용이다. ‘사진은 조선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말을 타고 있는 모습’이라며, ‘조선노동당 제1서기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26)이 조선노동당 조직지도부 활동과 과장으로 임명했다’고 한국 언론을 인용해 보도하고 있다.
더욱 이상한 사실은 조선어판의 연계 사이트인 ‘주조선 중국대사관’과 ‘주한국 중국대사관’ 페이지에 들어가면 느끼게 된다. 양쪽에 모두 10여개의 사진이 올라 있는데 서울의 중국대사관 페이지에는 최신 사진이 뜨고 있지만, 평양의 중국대사관 페이지에 떠 있는 사진들은 모두 2009년 것뿐이다. 더구나 평양의 중국대사관에는 최신 소식이 2010년 것들뿐이어서 2011년 이후 소식은 전혀 없다. 물론 서울의 중국대사관 페이지는 그야말로 최근 소식으로 채워져 있다. 아주 정상적으로 ‘국내 뉴스’ ‘대사관 동정’ 등으로 나뉘어 있으며 바로 이달치 소식들도 가득하다.
인민일보 인터넷판으로만 보자면 북한은 중국인들에게 그 존재가 정말로 희미해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런가하면 한국은 상당히 크게 부각되고 있다. 아마 그 독자가 주로 한국인과 중국의 조선족이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 사람들이 인민일보 인터넷판에 접촉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터이니 인민일보로서야 독자 없는 신문을 더 이상 만들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더 주목할 만한 사실은 평양의 중국대사관 페이지에 실려 있는 ‘조선반도 핵문제’란 항목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유엔안보리 제1874호 결의 채택과 관련 담화’(2009년 6월13일) 전문이 지금까지 4년 동안 떠 있다. ‘유엔안보리 1874호 결의’는 북한의 2차 핵실험(2009년 5월25일) 직후 만장일치로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안인데, 중국은 이 결의안과 함께 평양의 중국대사관 홈페이지를 정지시켜 놓은 셈이다. 근래의 북·중 관계를 점치는 데 참고가 될 듯도 하다.
박성래 <한국외대 명예교수·과학사 parkstar@unitel.co.kr>
이 신문의 ‘한국어판’에는 중국의 주요 소식이 한글로 소개되기도 하지만, 한국 관련 소식도 연예인 이야기 등 제법 많다. 뿐만 아니라 10분짜리 중국어 강의 동영상도 올라 있다. 주로 이 신문에 접촉하는 한국인들에게 중국어를 보급하려는 노력임을 알 수 있다. 몇 가지 중국 소식은 한국어로 번역해 보여주기도 하는데, 몇 주 전에는 ‘중·일·한, 공용한자 800자 발표…내년 최종 한자표 발표’란 한글 기사가 중국어 원문과 함께 나란히 실려 있었다. 역시 여기에 접촉하는 한국인들에게 중국어를 익히게 도와주려는 노력인 듯하다.
그런데 왜 ‘중국의 혈맹’ 조선어판은 없을까. 사실 조선어판도 있기는 하다. ‘소수민족어’란 항목을 클릭하면 몇 가지 언어가 뜨는데, 그 가운데 ‘조선어(朝鮮語)’란 항목이 있다. 분명히 지난해쯤에는 영어 일본어 등과 함께 ‘조선어’와 ‘한국어’가 따로 떴었는데, 언젠가 이것이 바뀐 듯하다. 어쨌거나 바로 이 조선어판에는 ‘조선 뉴스’와 ‘한국 뉴스’가 나란히 오르도록 구성돼 있다.
예를 들면 지난 14일자 ‘조선 뉴스’에는 중국이 김정일 밀랍상을 선물했다는 사실, 조선이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촉구했다는 기사, 그리고 조선 만경대혁명학원 탐방 사진 등이 실려 있었다. 같은 날 ‘한국 뉴스’로는 개성공단 문제로 남북이 회담한다는 기사,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 등이 보도돼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여기 등장하는 북한에 관한 기사도 많은 경우 그 소식통이 한국 신문이란 점이다. 북한에 대한 소식을 북한 매체가 아니라, 한국 언론에서 얻어서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난 24일자 ‘조선 뉴스’에는 ‘김정은 여동생 노동당 활동…’이란 기사가 있는데 한국 신문에서 취재한 사진과 기사 내용이다. ‘사진은 조선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말을 타고 있는 모습’이라며, ‘조선노동당 제1서기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26)이 조선노동당 조직지도부 활동과 과장으로 임명했다’고 한국 언론을 인용해 보도하고 있다.
더욱 이상한 사실은 조선어판의 연계 사이트인 ‘주조선 중국대사관’과 ‘주한국 중국대사관’ 페이지에 들어가면 느끼게 된다. 양쪽에 모두 10여개의 사진이 올라 있는데 서울의 중국대사관 페이지에는 최신 사진이 뜨고 있지만, 평양의 중국대사관 페이지에 떠 있는 사진들은 모두 2009년 것뿐이다. 더구나 평양의 중국대사관에는 최신 소식이 2010년 것들뿐이어서 2011년 이후 소식은 전혀 없다. 물론 서울의 중국대사관 페이지는 그야말로 최근 소식으로 채워져 있다. 아주 정상적으로 ‘국내 뉴스’ ‘대사관 동정’ 등으로 나뉘어 있으며 바로 이달치 소식들도 가득하다.
인민일보 인터넷판으로만 보자면 북한은 중국인들에게 그 존재가 정말로 희미해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런가하면 한국은 상당히 크게 부각되고 있다. 아마 그 독자가 주로 한국인과 중국의 조선족이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 사람들이 인민일보 인터넷판에 접촉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터이니 인민일보로서야 독자 없는 신문을 더 이상 만들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더 주목할 만한 사실은 평양의 중국대사관 페이지에 실려 있는 ‘조선반도 핵문제’란 항목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유엔안보리 제1874호 결의 채택과 관련 담화’(2009년 6월13일) 전문이 지금까지 4년 동안 떠 있다. ‘유엔안보리 1874호 결의’는 북한의 2차 핵실험(2009년 5월25일) 직후 만장일치로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안인데, 중국은 이 결의안과 함께 평양의 중국대사관 홈페이지를 정지시켜 놓은 셈이다. 근래의 북·중 관계를 점치는 데 참고가 될 듯도 하다.
박성래 <한국외대 명예교수·과학사 parkstar@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