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결단'이 만든 1조 서프라이즈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이익을 거둔 데는 최태원 SK 회장(사진)의 뚝심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주위의 만류를 무릅쓰고 인수했을 뿐 아니라 과감한 투자로 인수한 지 1년여 만에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SK가 하이닉스 인수에 뛰어든 시점인 2011년 4분기 하이닉스의 영업손실은 1060억원에 달했다. SK그룹 내부도 어수선했다. 최 회장의 회삿돈 횡령 혐의로 그해 말 SK 본사는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후 SK 오너 일가에 대한 검찰 소환 조사가 이어졌다. 그런 와중에도 최 회장은 3조3747억원을 들여 인수를 강행했다.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해 SK하이닉스로 거듭난 지난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은 2640억원에 이르렀다. 일부에서는 무리한 인수 때문에 그룹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최 회장은 메모리 반도체업계 치킨게임이 마무리된 만큼 승산이 있다고 봤다.

성장하는 스마트폰 시장도 감안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의 공동 대표이사를 맡으며 애정을 보였고 이천공장뿐 아니라 청주공장, 중국 우시 공장을 예고 없이 찾아가 직원들을 격려했다. 또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투자를 독려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불황 속에서도 3조8500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지난 1월 구속돼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최 회장은 반도체 사업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다고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