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으로 형태 그리고 색채로 감성 표현…조화 이뤄야 공감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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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범 문화전문기자의 CEO를 위한 미술산책 <6> 선이냐 색이냐


그림도 마찬가지다. 형태와 색채가 조화를 이뤘을 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고 전문지식이 없는 감상자라도 “잘 그렸다”는 평가를 내리게 된다. 형태와 색채는 별개의 요소가 아니라 그림을 그려나가는 과정에서 앞뒤의 관계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다.
특히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 화가들은 선으로 대상을 정확하게 재현하는 것을 회화의 제1 원리로 여겼고 색채는 부차적인 요소로 생각했다.
피렌체 출신이었던 미켈란젤로가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 안의 시스티나성당 천장에 그린 ‘리비아 예언자’를 예로 들어보자. 이 예언자는 원래 여성인데 미켈란젤로는 놀랍게도 그의 몸을 강인한 남성적 육체로 묘사했다.
미켈란젤로가 남긴 습작 소묘를 보면 그가 얼마나 치밀하게 인체를 탐구하고 이를 정확히 종이 위에 옮기려고 고심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그의 의도는 습작을 토대로 완성한 시스티나성당 천장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색채가 더해지긴 했지만 감상자의 시선을 자극하는 것은 색채가 아니라 선을 바탕으로 한 다이내믹한 형태감이다.
미켈란젤로는 선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베네치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이 선을 무시한 것은 아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빛과 색채, 그리고 그것이 자아내는 감성적 분위기였다. 조르조네, 조반니 벨리니, 티치아노, 파올로 베로네세 등 이곳 출신 화가들이 한결같이 색채 효과에 매달린 것은 그 점을 잘 보여준다.
선이 대체로 화가의 감정적 이입을 절제하고 대상의 형태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중요한 요소인 데 비해(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색채는 화가가 의식하든 안하든 간에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한다. 색채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붉은색은 인간 심리에 가장 많이 영향을 미치는 색으로 보는 이에게 기쁨, 열정, 따뜻함, 감성 혹은 성적 욕망을 연상시킨다고 한다. 동시에 분노와 폭력의 색채이기도 하다. 푸른색 계통의 색은 차갑거나 시원한 느낌을 주며 녹색은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색채가 지닌 상징성도 감상자가 작품을 받아들이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를테면 검은색은 죽음, 노란색은 질투 혹은 배신, 청색은 충성과 정결의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화가들은 때때로 이런 색채의 상징성을 활용하여 그림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한층 강화시킨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