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의 희망과 좌절
“시작은 화려했지만 종말은 비참했다.”

신동균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1958~1963년생)의 근로 생애를 이렇게 평가했다. 신 교수는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행하는 월간지 최근호에 실린 ‘베이비붐 세대의 근로생애사 연구’라는 논문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한 1980년대 후반은 고도성장으로 일자리가 급증했기 때문에 취업 측면에서는 행운아라고 부를 수 있지만 외환위기 이후 직급 정년 등의 도입으로 장기 근속 확률(주직장 생존율)이 급속히 떨어지는 과정에서 가장 큰 희생양이 됐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1만여명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씩 조사하는 고령화연구패널조사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

논문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출발은 좋았다. 우선 교육 혜택을 입었다. 1945년생부터 1957년생까지 4년제 대학 졸업자 비율은 10~15% 수준이었지만 1958년생부터 1960년생은 20~23% 수준으로 올라갔다.

이처럼 노동시장에 대졸 인력 공급이 늘어나면 취업이 어려워지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급속한 경제성장은 이 문제를 해결해줬다.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고, 교육받은 베이비붐 세대를 찾는 기업은 많았다. 이전 세대가 취업할 때 4%대였던 실업률은 1958년생이 직장 근무를 시작할 때는 3% 초반대로 내려앉았다. 1960년생이 본격적으로 취업을 시작한 1986년 실업률은 3.1%였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가 이들의 근로생애 후반부를 비극으로 바꿔 놓았다는 게 신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터인 주직장에서 45세까지 근무한 확률을 계산했다. 남성을 기준으로 하면 1930년생부터 1950년생까지는 70~80%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후 급속히 하락세를 보여 1955년생부터 1957년생까지는 40%대로 내려앉았다. 베이비붐 세대의 맏형 격인 1958년생의 확률은 40%였다. 급기야 1959년생은 30%대 초반, 1960년생은 20%대 초반으로 추락했다.

신 교수는 “외환위기라는 외부적 충격으로 베이비붐 세대는 그 이전 어느 세대보다 노동시장에서 조기에 퇴출됐다”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