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시간 하늘 감시 > 김보영 대한항공 종합통제본부 운영기획팀 사원(오른쪽)과 운항관리사가 스크린을 통해 김포공항의 기상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et@hankyung.com
< 24시간 하늘 감시 > 김보영 대한항공 종합통제본부 운영기획팀 사원(오른쪽)과 운항관리사가 스크린을 통해 김포공항의 기상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et@hankyung.com
“미국 LA행 KE017. 기상 악화로 인천공항 대기 중입니다.” “항공 스케줄과 기상 정보 확인 바랍니다. 오버.”

기습폭우가 쏟아졌던 지난 23일 오후 3시. 평온하던 서울 강서구 공항동 본사 8층 대한항공 비행통제센터가 갑자기 분주해졌다. 오전부터 내린 장맛비로 여러 항공기가 지연되면서 운항 스케줄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럴 때 비행기가 제대로 운항할 수 있도록 교통정리를 해주는 곳이 비행통제센터(OCC·Operations Control Center)다.

국내 항공사 중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2곳이 통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미국 델타항공을 벤치마킹해 2000년 8월 국내 최대 규모의 통제센터를 열었다. 서경환 대한항공 종합통제센터 부장은 “2004년 1월 종합통제본부 체제로 확대 개편하고 지금의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며 “통제센터를 구축한 뒤 대형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센터에 들어서니 세계지도가 떠 있는 80인치 대형 스크린이 한눈에 들어온다. 운항 중인 모든 항공기의 레이더 항적을 1분 간격으로 표시하는 비행감시화면(ASD·Aircraft Situation Display)이다. 비행기 그림 아래 항공편명, 고도가 숫자로 표시돼 있다. 수십 개의 비행기 항로가 노란색 점선으로, 구름 위치·제트기류·한랭전선 등 기상정보는 기호로 빼곡하게 그려져 있다. 운항정보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스크린 양 옆 4개의 모니터에는 전 세계 뉴스 속보가 방송되고 있었다.

이 시스템을 통해 항공기의 이륙 준비부터 비행, 착륙까지의 모든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날씨, 공항상황 등 각종 정보를 항공기에 제공한다. 통제센터는 비행기가 출발하기 48시간 전부터 기상 예보와 도착 공항의 상황을 파악해 최적의 항로를 찾아 조종사에게 비행계획을 전달한다. 운항관리사 46명, 기상전문가, 항공기 승무원 스케줄러, 정비사 등 약 120명이 하루 3교대로 1년 365일 근무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상의 조종사’인 운항관리사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돌풍이나 제트기류 등이 발생하면 재빨리 다른 항로를 찾아 피해갈 것을 권유한다.

개별 모니터로 항로와 고도, 특정 지역 통과시간, 연료량 등을 체크해 정상적으로 운항하고 있는지 살핀다. 비행계획과 차이가 나면 빨간색으로 표시가 뜨고 자동으로 경보가 울린다. 지난 2일 미국 시카고에서 인천으로 오던 KE038 여객기가 엔진 이상으로 러시아에 긴급 착륙했을 때도 통제센터가 이상을 보고받고 가장 가까운 공항으로 회항을 지시했다. 항공기에서 긴급 환자가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정의석 종합통제부 통제전략팀장은 “유럽에 이어 동남아, 중국 항공사들도 이곳을 방문해 노하우를 배우러 온다”며 “하루 200여대 항공기를 책임지는 컨트롤 타워로서 대한항공의 안전 운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도 2009년 2월 서울 오쇠동 본사에 종합통제센터를 만들고 이 센터를 지원하기 위해 위성 및 인터넷 통신망을 정비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자회사인 아시아나IDT가 개발한 첨단 비행감시시스템을 적용해 철저한 안전 관리와 함께 최적화된 비행 스케줄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