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72)의 신작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사진)는 철저하게 일본인의 시각으로 만든 작품이다. 영화 수입사인 대원미디어는 오는 9월 국내 개봉을 앞두고 지난 26일 일본 도쿄에서 시사회를 열고 한국 기자단에 공개했다.
20일 일본에서 개봉해 150억엔(약 1681억원)의 흥행수익을 기록 중인 이 작품은 국내에선 개봉하기도 전에 네티즌들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이 영화가 2차 세계대전 때 가미카제 군단이 사용한 미쓰비시의 전투기 ‘제로센(零戰)’을 설계한 실존인물 호리코시 지로(1903~1982)의 삶을 그렸기 때문.
영화는 네티즌들이 우려한 것처럼 전쟁에 부역한 이들을 미화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온갖 난관을 극복해 비행기 제작에 성공한 지로의 열정 그리고 연인 나호코와의 사랑을 담담하게 그렸다. 가난과 지진 불경기를 해치고 꿈을 향해 정진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뒷맛은 영 개운치가 않다. 영화 속에 ‘왜’에 대한 설명이 빠졌기 때문이다. 왜 전쟁이 일어나게 됐는지, 왜 지로가 초경량 비행기를 만들어야 했는지, 지로가 만든 비행기가 왜 한 대도 돌아오지 않는지를 영화는 설명하지 않는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전쟁과 가난으로 고통받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전쟁은 자신들이 일으켰다는 사실은 생략됐다. 영화는 탄탄하게 잘 만들었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건 이 때문이다.
미야자키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제로센이 가미카제에 쓰였을 당시에는 너무 구식이라 별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쿄=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