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엇갈린 판결…법원도 개념 헷갈려?
서울고등법원이 지난 26일 “업무성적에 따라 달라지는 임금도 미리 결정되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린 뒤 법원의 모호한 통상임금 정의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서울고법의 이번 판결은 지난 5월 인천지법이 내린 판결과도 정면으로 배치돼 혼란이 더 심해졌다는 지적이다. 산업계는 “대법원이 하루빨리 전원합의체를 열어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전에 결정되면 통상임금?”

서울고법은 “사전에 결정되면 ‘고정성’이 있는가”의 문제에서 인천지법과 판단을 달리했다. ‘고정성’은 임금이 가지는 성질 가운데 하나로 ‘일정한 조건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미리 정해진 금액’을 주는 것을 말한다. 법원은 어떤 임금 항목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를 판단할 때 고정성이 있는 것들만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

서울고법은 GM대우(현 한국GM) 사무직 근로자들이 “업적연봉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지난 3년치 수당을 다시 계산해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업적연봉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26일 판결했다. GM대우가 근로자들에게 준 ‘업적연봉’은 전년도 근무성적(A~E)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 변동상여금 성격의 임금이었다. 그러나 연초에 금액이 결정된 뒤 업적연봉을 지급한 당해연도에는 금액이 변하지 않았다. 이를 근거로 “사전에 결정되는 고정성이 있는 임금이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인천지법의 판단은 달랐다. 인천지법은 삼화고속 근로자들이 “사전에 지급액이 결정되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5월 원고 일부 패소 판결했다. 삼화고속은 직전 두 달 동안 정상적으로 출근했는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 상여금을 근로자들에게 줬다.

예를 들어 3월에 주는 상여금은 1~2월 출근 현황을 반영했다. 미리 정해진다는 점에서는 GM대우의 업적연봉과 같지만 인천지법은 “실제 근무성적에 의해 지급 여부와 지급액이 달라지므로 고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기업 부담 연 약 1조5000억원 늘어

대법원이 지난해 내린 금아리무진 판결도 종전까지의 판결과 비교해봤을 때 조건은 그대로였지만 판단만 달라졌다. 대법원은 줄곧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해 금아리무진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근속연수 증가에 따라 미리 정해놓은 각 비율을 적용해주는 상여금은 분기별로 지급되긴 하지만 그 금액이 확정된 것”이라며 “고정적 임금인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최근 서울고법의 판결을 제외하면 법원은 근무성적에 연동되는 임금은 대체로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근무성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인천지법은 삼화고속 판결에서 ‘출근율’을 근무성적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출근율은 등급을 매기는 등 구체적인 근무평정이 아니며 성실히 출근했는지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근무성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총 관계자는 “대법원이 하루빨리 전원합의체 판결을 해 혼란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6일 서울고법의 판결대로 변동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기업들은 연간 약 6조2010억원의 초과근로수당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상여금만 통상임금에 포함했을 때보다 1조4850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