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소득공제 '빅딜' 이뤄질까
정부와 새누리당이 최근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장기펀드를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은 가운데 민주당이 기존 근로자 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에 소득공제 혜택을 신설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여야가 근로자 목돈 마련 방법을 놓고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놓은 것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두 상품 모두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빅딜’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29일 “다음달 8일 정부의 내년 세법 개정안 발표를 전후해 민주당 차원의 세제 개편안을 준비 중”이라며 “여기에는 최근 인기가 시들해진 재형저축을 살리기 위해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이 담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미 윤호중 의원과 이낙연 의원의 대표발의를 통해 7년 이상 재형저축 가입자에게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윤 의원은 연간 100만원, 이 의원은 연간 4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재형저축은 지난해 세법 개정을 통해 올해 18년 만에 부활했다. 연봉 5000만원 이하 근로자와 소득 3500만원 이하 자영업자가 연간 1200만원(분기 기준 3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7년 이상 가입하면 연 14%의 이자·배당소득세가 면제된다. 민주당은 서민들의 목돈 마련 수단인 재형저축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소득공제 혜택이 필수적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실제 근로자 입장에선 소득공제 혜택은 무시 못할 수준이다. 예컨대 연봉 5000만원 근로자가 월 100만원씩을 붇고 소득공제로 100만원을 받는다고 치자. 이 근로자의 소득세율이 24%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말정산 때 24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연간 소득공제 한도가 400만원으로 올라가면 연말정산 환급액도 96만원으로 뛴다.

민주당은 작년에도 재형저축에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 재도전에 나선 것은 정부·여당이 지난달 24일 당정협의에서 작년에 무산된 장기펀드 소득공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한 게 계기가 됐다. 장기펀드 소득공제를 수용하는 대신 반대급부로 재형저축에 대한 소득공제를 얻어낼 수 있다는 셈법이 깔린 것.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장기펀드는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 녹아 있다. 연봉 5000만원 이하 근로자와 소득 3500만원 이하 자영업자가 10년 이상 장기 주식형펀드에 가입하면 연간 24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해주는 게 핵심이다. 240만원을 소득공제 받으려면 연간 600만원을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연봉 5000만원 근로자가 월 50만원씩 투자해 연간 24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다면 연말정산 때 최대 57만6000원(240만원×24%)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대가 걸림돌이다.정부·여당은 지난 6월 말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장기펀드 도입 법안을 처리하려 했지만 제대로 논의 한번 해보지 못했다. 때문에 장기펀드를 도입하려면 민주당의 재형저축 소득공제 방안을 일정 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재부도 재형저축 소득공제 신설에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상황이라 대놓고 반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