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옵션 투자를 위해 SK텔레콤 등 계열사에서 45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4년 실형을 선고받은 최태원 SK 회장의 항소심에서 검찰이 1심 구형량보다 2년 늘린 징역 6년을 구형했다. 범행을 공모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에게는 1심과 같은 징역 5년을 구형했다.

29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 심리로 열린 최태원 회장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양형 기준상 ‘피지휘자에 대한 교사’와 ‘범행 후 증거은폐’를 가중 요소로 인정할 수 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최 부회장에 대해서는 “최 회장에 비해 책임이 다소 가볍더라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1심과 같은 형량을 요구했다.

최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계열사에 돈을 투자하라고 잘못 지시한 책임은 내가 져야 한다”면서도 횡령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항소심은 통상 1심과 같은 형량을 구형한다. 때문에 검찰이 최 회장에 대한 형량을 대폭 상향 조정한 것은 1심에서 검찰이 대법원 양형 기준상 가장 낮은 형을 구형했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SK 측은 “검찰의 구형에 대해 특별히 내놓을 입장은 없다”며 “법원의 향후 선고를 차분하게 기다려 보겠다”고 말했다. 선고 공판은 다음달 9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