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신작 '설국열차' 주연 크리스 에반스 "봉 감독은 소통할 줄 아는 사람"
“영화 ‘설국열차’는 흔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폭발하거나 싸우는 영화가 아니라 깊이 있는 스토리를 보여주는 진정한 예술작품이에요.”

봉준호 감독의 신작 ‘설국열차’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크리스 에반스(사진)는 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는 ‘살인의 추억’ ‘괴물’을 만든 봉 감독이 40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첫 번째 영어권 영화다. 내달 1일 한국 최초 개봉을 시작으로 북미,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일본, 동남아시아, 중남미에 공개될 예정이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어벤져스’ 등으로 국내에도 상당한 팬을 보유한 그는 이 영화에서 계급별로 나뉜 1001개 열차 차량 가운데 최하층 꼬리칸에서 반란을 일으키는 지도자 ‘커티스’ 역을 맡았다. 새로운 빙하기, 인류의 마지막 생존 공간인 설국열차에서 춥고 배고픈 사람들을 해방시키는 역할이다. 틸다 스윈턴, 에드 해리스, 존 허트, 제이미 벨, 송강호, 고아성 등도 이 이 영화에 출연한다.

영화를 고를 때 감독을 제일 먼저 본다는 그는 봉준호 감독에 대해 소통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어떤 방향으로 갈지를 잘 전달했고 그러면서 신뢰가 쌓였습니다. 배우가 감독을 믿지 못하면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어려운데 봉 감독과 작업할 때는 충분히 안심한 상태여서 어떤 위험이든 감수할 수 있었죠.”

에반스는 맡은 인물을 오롯이 표현하기 위해 촬영에 들어가기 전 기차 안에서 4시간 넘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영화 속 ‘커티스’는 17년이나 기차에서 생활한 사람이므로 그가 느꼈을 고립감을 경험하기 위해 혼자 있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어벤져스’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설국열차’ 같은 예술성이 짙은 영화를 찍을 때 더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블록버스터 영화를 찍을 때는 내가 거대한 기계의 작은 부속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이번 영화를 찍을 때는 내가 창의적인 예술 작업에 참여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