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소송 불려나오는 버냉키…벌써 레임덕?
내년 1월 말 퇴임 예정인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이 법정에 증인으로 선다.

미 연방청구법원의 토머스 휠러 판사는 29일(현지시간) 모리스 행크 그린버그 전 AIG 회장이 세운 스타인터내셔널이 미 정부를 상대로 낸 AIG 구제금융 관련 소송에서 버냉키 의장의 증언을 요구했다. 휠러 판사는 “막대한 규모의 정부 배상이 걸려 있어 당시 핵심 정책 결정자의 증언 없이 판결을 내릴 수 없다”며 다음달 16일 법정에 출두하라고 통보했다.

미 정부는 버냉키 의장의 증언 채택에 반대해왔다. Fed 회의록을 참고하거나 Fed의 다른 관료가 증언하면 되는데 굳이 Fed 의장을 법정에 세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Fed 의장이 민간 기업의 소송에 증인으로 나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AIG 지분 12%를 가졌던 스타인터내셔널은 AIG에 대한 미 정부의 구제금융과 지분 확보로 주주들이 수십억달러의 피해를 봤다며 2011년 미 정부를 상대로 250억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월가 일각에서는 버냉키 의장이 ‘레임덕’ 상황에 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닛 옐런 Fed 부의장과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차기 Fed 의장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법정에 증인으로 서게 돼 체면을 구기게 됐다는 점에서다.

스콧 앤더슨 웰스파고 선임 이코노미스트도 “버냉키가 레임덕에 빠졌다. Fed 내 정책 결정의 주도력이 약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