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휴대폰은 전자파 등급입니다"
휴대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의 유해성을 표시하는 ‘휴대폰 전자파 등급제’가 내년 8월1일부터 의무 도입된다. 앞으로 소비자는 휴대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확인한 다음 구매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8월1일자로 무선기기의 전자파 등급을 표시하는 ‘전자파 등급기준, 표시대상 및 표시 방법’ 고시를 공포한다고 30일 발표했다. 의무 도입 시기는 공포 1년 후인 내년 8월1일이다. 휴대폰 제조업계는 올 하반기부터 이를 자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이 제도는 전자파 유해성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휴대폰 전자파 등급은 전자파흡수율(SAR)에 따라 두 가지 등급으로 표시해야 한다. 전자파흡수율 값이 0.8W/㎏ 이하인 경우 1등급, 0.8~1.6W/㎏은 2등급으로 분류된다. 전자파흡수율은 휴대폰을 사용할 때 인체에 흡수될 수 있는 전자파의 양으로 나타낸다. 휴대폰 전자파는 수치가 높을수록 사람의 체온 등을 상승시킬 수 있다. 한국은 국제 권고 기준(2W/㎏)보다 엄격한 1.6W/㎏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각 제조사는 제품 본체, 포장상자, 사용자 설명서 표지, 휴대폰 정보메뉴 등 어느 한 곳에 전자파 등급 또는 전자파흡수율 측정값을 표시해야 한다.

전자파 등급제는 한국이 세계에서 최초로 시행하는 제도다. 국내외 제품 간에 흡수율 차이가 많아 제품 판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립전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 갤럭시S4(SK텔레콤 제품)의 전자파흡수율은 0.550W/㎏, LG전자 옵티머스G프로(LG유플러스 제품) 0.636W/㎏, 팬택 베가아이언(SK텔레콤 제품)은 0.598W/㎏ 등이다. 국내 제조사 모두 1등급 기준을 만족한다. 반면 애플 아이폰5의 전자파흡수율은 1.07W/㎏으로 국내 안전기준은 충족하지만 등급 분류에서는 2등급 해당하는 수치를 보였다. 애플은 전자파 등급제 시행을 놓고 세계무역기구(WTO)와 유럽연합(EU)에 제소하겠다며 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휴대폰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기지국도 전자파 등급 표시 대상에 포함됐다. 전자파 강도 측정값에 따라 네 개 등급으로 분류해야 하고 해당 무선설비, 펜스, 울타리, 철조망 등 일반인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위치에 등급을 표시해야 한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