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장세욱 "젊은 직원과 대화하려 '개콘' 꼭 챙겨보죠"
장세욱 유니온스틸 사장(51)은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친동생으로 동국제강 전략경영실장(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육군사관학교(영문학 학사) 출신이다. 1996년 소령으로 예편한 뒤, 동국제강 과장으로 입사했다. 2007년 동국제강 부사장을 거쳐 2010년 12월 유니온스틸 사장이 됐다.

장 사장은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 출근 시간(오전 8시30분)보다 1시간30분가량 먼저 회사에 나와 일본어 등 어학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한다. 육사 출신다운 절도와 엄격함이 배어 있다. 하지만 경영 스타일은 섬세하면서도 부드럽다. 일상에서 직원들을 배려하려는 마음 씀씀이가 느껴진다는 게 대체적인 사내 평가다. 무용 등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 ‘딱딱한’ 철강 업계 이미지를 벗고 디자인을 강화한 신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직원은 내부 고객…최우선시한다

그가 최고경영자(CEO)가 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직원들과의 저녁식사였다. 팀 단위가 아닌 ‘가나다’ 이름 순서대로 8명씩 조를 나눠 300여명의 모든 직원과 저녁을 함께했다. 장 사장은 이 자리에서 직원들의 얼굴을 익히고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업무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직원들끼리 만나서 이해도를 높인 것은 부수적인 성과다.

장 사장은 요즘도 불쑥 다른 사무실에 들르거나 사내 메신저를 돌려 “커피 한잔 하자”고 제안하고 직원들과 티타임을 갖는다. 점심 ‘번개’도 잦다. 업무 외에도 인기 있는 가수나 개그 프로그램, 콘서트, 영화 등 다양한 주제로 얘기 꽃을 피운다. 젊은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교감하기 위해 개그콘서트, SNL코리아 같은 인기 TV 프로그램을 챙겨보곤 한다.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직원들의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출근을 하다가, 복사를 하다가, 회의를 하다가 장 사장의 카메라에 포착된 직원들의 모습은 각 층 출입구에 액자로 걸려 있다. 처음에는 당황하거나 어색해하던 직원들도 이제는 카메라에 앞에서 자연스러운 웃음과 포즈를 취한다. 취미로 익혔지만 그의 사진 실력은 수준급이다.

외부 고객을 잘 응대하기 위해서는 내부 고객인 직원부터 챙겨야 한다는 게 장 사장의 지론이다. 그는 취임 초기 부산공장을 방문해 직원들의 휴게 공간과 샤워 시설을 개보수하도록 했다. 지금의 샤워실은 사우나까지 갖춘 찜질방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장 사장은 2011년 총각 사원 10명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들과의 미팅을 주선하기도 했다. 이때 만난 한 커플은 결혼에 골인했다. 또 지난 5월25일 철의 날 기념 선물을 직접 골랐다. 어린이용 레고와 어른용 백팩, 아이패드, 헤드셋을 구입해 전달했다.

지난해 12월 회사 창립 50주년 행사도 내부 직원들을 위한 자리로 마련했다. 외부 기관장이나 철강 업계의 사장단을 초청한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라 직원들이 즐길 수 있는 이벤트로 만든 것이다. 장 사장은 “회사가 50주년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고객사나 업계의 도움도 크지만 무엇보다 직원들이 회사를 믿고 묵묵히 땀 흘리며 일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화예술 감각을 경영에 접목하다

장 사장은 철강 제품에 문화 예술적 감각을 접목해 새 바람을 몰고 왔다. 유니온스틸은 2011년 10월 업계 최초로 고급 건재용 컬러강판 ‘럭스틸(LUXTEEL)’을 선보였다. 럭스틸은 ‘럭셔리(luxury)’와 ‘스틸(steel)’의 합성어로 화려한 디자인과 완벽한 마감을 지향하는 제품이다.

장 사장은 이광호(공예작가), 이현정·김정섭(아트가구 디자이너), 김상훈(설치작가), 김백선(건축 디자이너) 등 전문가들을 직접 섭외해 럭스틸 개발에 참여시켰다. 또 론칭 행사에서 아이돌 가수들처럼 이어마이크를 착용하고 직접 럭스틸을 소개하기도 했다. 보수적인 철강 업계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최고경영자의 파격적인 모습이었다.(→투박한 철강제품이 예술로 탄생하게 된 과정)

유니온스틸은 작년 9월 열린 ‘2012 국제철강 및 비철금속 산업전’에서 예술과 기술을 접목한 공연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지난해 여수 세계박람회 홀로그램 쇼에서 영감을 얻은 장 사장의 아이디어였다. 장 사장은 “철의 예술을 표현하는 럭스틸이 순수한 인간의 몸짓인 무용과 첨단 그래픽, 홀로그램 등과 함께 어우러져 독특한 아름다움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문화 예술에 관심이 많은 장 사장은 현재 국립발레단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2011년 국립발레단과 역대 후원회장들의 추천을 받아 3년째 후원회를 이끌고 있다.

시즌 공연이 있을 때는 불가피한 일이 없으면 반드시 관람하고 단원들과 뒤풀이를 함께한다. 럭스틸이라는 신개념 철강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장 사장의 앞선 문화 예술 감각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