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모 "무대 망치질 잘해 부상 막는 것도 공연"
“대부분의 무용수들이 은퇴 후에도 발레 강사 같은 익숙한 일만 하려고 하는데 그런 생각을 빨리 버려야 해요. 어려서부터 춤만 보고 살았기 때문에 무용이란 테두리를 벗어나기 어렵겠지만 그렇게 해선 일자리를 찾기 힘듭니다.”

국립발레단 무대기술감독을 맡고 있는 박창모 씨(34·사진)는 국내 1호 무용수 출신 감독이다. 최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후배 무용수들에게 “시야를 넓혀 익숙하지 않은 일에도 적극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보통 50대에 은퇴를 얘기하지만 발레 무용수들은 서른이 되기도 전에 은퇴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박 감독은 무용수 후배들의 성공 모델이다. 2004년부터 국립발레단 정단원으로 활동하던 그는 2009년 은퇴를 하고, 서른 살 늦은 나이에 조명기구를 나르는 일부터 배워 1년 만에 ‘백조의 호수’ 무대감독으로 데뷔했다.

지난 4년간 힘든 일도 많았다. 그는 “무용수들은 몸이 재산이라 손가락 하나 다칠까 몸을 아끼는 생활에 익숙했는데 스태프가 돼 망치질을 하고 트럭 위에 올라가 짐을 싣기도 했다”며 “늦은 나이에 시작한 만큼 남들보다 배로 열심히 했다”고 했다.

그는 “무대 작업을 하다 복도에서 짜장면을 먹고 있는데 발레단원들이 지나갈 때는 마음이 아프고 속상했다”며 “다시 발레가 하고 싶어질까봐 갖고 있던 무용복과 슈즈, 속옷까지 후배들에게 줘버렸다”고 말했다.

조감독, 무대감독을 거쳐 기술감독이 된 지금 오히려 선배 감독들이 댄스플로어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물어올 만큼 전문성을 쌓았다.

“무용수들이 가장 취약한 게 정보력인 것 같아요. 조금만 눈을 돌리면 무용수들이 전문성을 살려서 일할 수 있는 분야가 많습니다. 자신감을 갖고 조금씩 길을 넓혀갔으면 합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