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네 가지 공무원 중 택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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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어떤 상사가 훌륭할까. 크게 봐서 상사는 네 가지로 나뉜다. 똑똑하고 부지런한 유형, 똑똑하지만 게으른 타입, 멍하지만 부지런한 경우, 멍하면서도 게으른 상사다. 똑똑하면서 부지런한 상사가 최고? 아니다. 다수 직장인들은 두 번째 유형을 좋아했다. 이른바 ‘똑게’다. 왜 그럴까.
기본적으로 상사가 바보 같아선 얘기가 안된다. 부하로서는 매사 불확실, 불명료하다. 산으로 가는지 바다로 향하는지 모르는 상사와의 일이란! 멍하면서 부지런하기만 한 상사는 끔찍하다. 그렇다면 남은 두 타입에서 우열은. 똑똑하며 부지런한 게 좋은가, 똑똑하면서도 느슨하게 일하는 것이 나을까. 여기가 묘미다.
권한남용형 배제하고 '똑게'찾기
많이 알고 부지런한 상사라 치자. 부하에겐 그 자체로 버겁고 피곤한 게 현실이다. 수시로 지시나 추진과제가 떨어진다. 따라가기조차 숨가쁜데 “그때 그것, 어떻게 됐나?”라고 갑자기 채근한다. 여차하면 벼락이다. 직장의 진짜 고수는 따로 있다. 유능, 똑똑하되 스스로 일을 많이 벌이려 하지 않는 상사다. 부서가 우왕좌왕할 일이 없다. 꼭 필요한 때, 반드시 해야 할 일에 집중한다. 얼핏 게을러 보이지만 필수 업무를 가려서 한다. 이런 ‘똑게’가 조직 내 강자다.
상사 유형론을 꺼낸 것은 요즘 공무원의 업무행태를 여기에 빗대보자 함이다. 상하 공직들이 국민들을 섬기겠다지만 말일 뿐 실상 그렇지만도 않다. 대통령부터 일선까지 다 그렇다. 제일 말단 9급직에 대졸자가 20만명씩 몰리는 현실을 보라. 감독, 간섭하는 속성을 본다면 공무원집단은 직장 상사와 충분히 비교된다. 그래서 공무원도 ‘똑게’가 주목을 받는다.
다른 각도에서 공무원은 권한남용형과 권한미사용형이 있다. 전자는 혼자 다 한다며 과욕을 부리는 월권형이다. 애국심으로 뭉쳐진 것처럼 비쳐지곤 한다. 규정 이상의 권한을 교묘하게 행사할 때가 많다. 후자는 주어진 권한조차 안 쓴다. 일을 피하고 변화 자체를 싫어하니 직무유기에 가깝다. 권한과 반대 뉘앙스, 주어진 의무이행에서도 충실형과 기피형이 있다. 그래서 네 가지 조합이 나온다.
권한도, 의무도 규정만큼만 하게
이 중 최악부터 가려내 퇴출시키는 것이 선진민주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주어진 의무는 피하면서 어떻게든 권한만 과도하게 휘두르려는 경우가 그 대상이다. 경제민주화의 깃발 아래 과잉행정에 나선 완장들을 보면 그런 탐관들이 아직 적지 않다. 민주사회의 요체는 권한도 의무도 딱 규정만큼만 행사하는 공무원들을 양성하는 것이다.
사실 고전적인 공무원 분류법이 있다. 유능+청렴, 유능+부패, 무능+청렴, 무능+부패다. 최고는 물론 첫째다. 최악은 마지막 케이스. 두 번째, 세 번째는 지금도 우열 구분이 쉽지 않다. 유능+부패가 나은가, 무능+청렴이 차라리 나은가로 논쟁이 일곤 했다. 기업 쪽 얘기를 들어보면 유능+부패 타입이 낫다고들 했다. 설사 때로는 밥 사라, 술 사라 해도 좋으니 일이 되게끔 하는 공무원이 현실적이라는 것이었다.
산업계 군기잡기가 이어진 올해였다. 이 기획의 주연이 국회라면 조연은 행정부다. 선출직 국회든 행정부처의 임명직이든 공무원들의 민간 간섭은 최소화가 선이지만 그나마 관여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최악은 월권을 일삼으면서 자기 의무는 않는 치들이다. 그런 유형이 무능+구악형이라면, 아이쿠! 그런 타입이 아직 적지 않다는 사실이 문제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기본적으로 상사가 바보 같아선 얘기가 안된다. 부하로서는 매사 불확실, 불명료하다. 산으로 가는지 바다로 향하는지 모르는 상사와의 일이란! 멍하면서 부지런하기만 한 상사는 끔찍하다. 그렇다면 남은 두 타입에서 우열은. 똑똑하며 부지런한 게 좋은가, 똑똑하면서도 느슨하게 일하는 것이 나을까. 여기가 묘미다.
권한남용형 배제하고 '똑게'찾기
많이 알고 부지런한 상사라 치자. 부하에겐 그 자체로 버겁고 피곤한 게 현실이다. 수시로 지시나 추진과제가 떨어진다. 따라가기조차 숨가쁜데 “그때 그것, 어떻게 됐나?”라고 갑자기 채근한다. 여차하면 벼락이다. 직장의 진짜 고수는 따로 있다. 유능, 똑똑하되 스스로 일을 많이 벌이려 하지 않는 상사다. 부서가 우왕좌왕할 일이 없다. 꼭 필요한 때, 반드시 해야 할 일에 집중한다. 얼핏 게을러 보이지만 필수 업무를 가려서 한다. 이런 ‘똑게’가 조직 내 강자다.
상사 유형론을 꺼낸 것은 요즘 공무원의 업무행태를 여기에 빗대보자 함이다. 상하 공직들이 국민들을 섬기겠다지만 말일 뿐 실상 그렇지만도 않다. 대통령부터 일선까지 다 그렇다. 제일 말단 9급직에 대졸자가 20만명씩 몰리는 현실을 보라. 감독, 간섭하는 속성을 본다면 공무원집단은 직장 상사와 충분히 비교된다. 그래서 공무원도 ‘똑게’가 주목을 받는다.
다른 각도에서 공무원은 권한남용형과 권한미사용형이 있다. 전자는 혼자 다 한다며 과욕을 부리는 월권형이다. 애국심으로 뭉쳐진 것처럼 비쳐지곤 한다. 규정 이상의 권한을 교묘하게 행사할 때가 많다. 후자는 주어진 권한조차 안 쓴다. 일을 피하고 변화 자체를 싫어하니 직무유기에 가깝다. 권한과 반대 뉘앙스, 주어진 의무이행에서도 충실형과 기피형이 있다. 그래서 네 가지 조합이 나온다.
권한도, 의무도 규정만큼만 하게
이 중 최악부터 가려내 퇴출시키는 것이 선진민주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주어진 의무는 피하면서 어떻게든 권한만 과도하게 휘두르려는 경우가 그 대상이다. 경제민주화의 깃발 아래 과잉행정에 나선 완장들을 보면 그런 탐관들이 아직 적지 않다. 민주사회의 요체는 권한도 의무도 딱 규정만큼만 행사하는 공무원들을 양성하는 것이다.
사실 고전적인 공무원 분류법이 있다. 유능+청렴, 유능+부패, 무능+청렴, 무능+부패다. 최고는 물론 첫째다. 최악은 마지막 케이스. 두 번째, 세 번째는 지금도 우열 구분이 쉽지 않다. 유능+부패가 나은가, 무능+청렴이 차라리 나은가로 논쟁이 일곤 했다. 기업 쪽 얘기를 들어보면 유능+부패 타입이 낫다고들 했다. 설사 때로는 밥 사라, 술 사라 해도 좋으니 일이 되게끔 하는 공무원이 현실적이라는 것이었다.
산업계 군기잡기가 이어진 올해였다. 이 기획의 주연이 국회라면 조연은 행정부다. 선출직 국회든 행정부처의 임명직이든 공무원들의 민간 간섭은 최소화가 선이지만 그나마 관여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최악은 월권을 일삼으면서 자기 의무는 않는 치들이다. 그런 유형이 무능+구악형이라면, 아이쿠! 그런 타입이 아직 적지 않다는 사실이 문제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