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연세사랑병원 족부센터 진료부장이 박리성 골연골염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연세사랑병원 제공
이호진 연세사랑병원 족부센터 진료부장이 박리성 골연골염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연세사랑병원 제공
경기 광명에 사는 김익환 씨(56)는 몇 개월 전부터 발목에서 심상치 않은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1㎞ 이상 걷기만 하면 발목이 시큰거리고 퉁퉁 부었다. 조기축구회·산악회 등 야외활동을 즐기는 김씨에게 발목 통증은 큰 고민거리였다. 거동이 불편해지자 김씨는 결국 병원을 찾았다.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을 해보니 ‘박리성 골연골염’이었다.

발목 관절 내 연골이 손상돼 지속적으로 통증을 일으켰던 것. 과거에 발목이 삔 것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다. 김씨는 의료진의 권유로 미세천공술과 더불어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현재 재활 중이다.

○박리성 골연골염, 놔뒀다간 ‘낭패’

발목관절 내 뼈와 뼈 사이에는 연골이란 신체 조직이 있다. 연골은 발목 관절 내 충격을 방지해주는 일종의 ‘물렁뼈’다. 손상될 경우 발목 관절에서 통증을 일으키게 된다. 박리성 골연골염은 연골 손상이 진행된 초기 상태를 말하는데, 주로 발목 관절 내 거골(복사뼈) 부위에서 발생한다. 최근 운동을 즐기는 스포츠 인구가 늘면서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만약 박리성 골연골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다면 ‘발목 관절염’까지 확대될 수 있다. 발목 관절염이란 연골이 대부분 손상돼 발목 관절 내 뼈와 뼈가 서로 맞닿으면서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발목 관절염에 걸린 환자는 인공관절수술, 발목관절유합술 등을 받아야 한다. 때문에 발목에서 계속 통증이 느껴지거나 붓기가 있을 경우 병원을 찾아 MRI 등으로 연골 손상 여부를 조기에 검사해보는 것이 좋다.

김용상 연세사랑병원 족부센터 소장은 “최근 발목염좌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발목을 접질린 후 회복이 더디다면 연골이 손상된 것은 아닌지 검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방줄기세포, 발목관절 연골 재생 촉진

고용곤·김용상 연세사랑병원 연구팀은 지방줄기세포를 이용해 발목 관절 내 연골 재생 효과를 규명한 임상 연구논문을 최근 국제 정형외과 학술지인 ‘미국 스포츠의학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Sports Medicine)’ 5월호에 게재했다. 의료진에 따르면 이번 치료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발목 관절 내 연골에 손상이 있는 환자 65명을 대상으로 했다. 의료진은 34명에 대해서는 기존 치료법인 ‘관절경적 미세천공술’만으로 시술했으며, 31명은 미세천공술 후 환자의 지방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추가로 주사했다. 미세천공술은 뼈에 구멍을 뚫은 뒤 이때 흘러나오는 골수세포로 병변을 덮는 방식의 치료법이다.

시술 결과 줄기세포를 함께 주사한 환자들의 통증지수는 3.2점으로 미세천공술만 받은 환자들의 4.0점보다 낮았다. 또 미국 족부족관절학회가 제시한 관절기능지수는 줄기세포 주사그룹이 82.6점으로 미세천공술 시술그룹(77.2점)을 앞선 것으로 평가됐다. 의료진은 특히 50세 이상이면서 병변의 크기가 큰 경우에 줄기세포 시술의 효과가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호진 족부센터 진료부장은 “발목 관절의 연골 손상을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추후 발목 관절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발목 관절 연골 손상에 대한 지방 줄기세포 치료가 향후 더 보완된다면 환자들에게 폭넓게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