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공주이길 강요받는 소녀들
여자 아이는 무슨 색깔을 좋아할까. 부모는 여아들이 선천적으로 핑크색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핑크빛 옷과 신발을 사준다. 그러나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성별에 따른 색깔 구분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성별 차이의 강조는 1930년대 소비 타깃을 설정하려는 기업 마케팅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신데렐라가 내 딸을 잡아먹었다》는 딸아이를 둔 저널리스트가 오늘날 여성스러움을 강요하는 소녀 문화가 여자아이들에게 어떤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파헤치고 그 대안을 모색한 책이다.

저자는 부모가 여자아이를 공주라고 부르는 것은 너무 일찍 성적인 대상으로 노출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오히려 여아에게 아름다움과 섹시함에 대해 지나치게 관심을 갖게 만들어 학업성취도를 저해하고 사고의 범위도 위축시킨다고 주장한다.

또 어린이 미인대회 참가자와 섹시 아이콘이 된 할리우드 소녀스타들을 미디어와 소비주의가 조장한 왜곡된 욕망의 희생양으로 규정한다. 섹시함을 강요하는 소비문화가 초래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 10대 여자아이의 39%가 타인에게 선정적인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딸 아이의 건강한 삶을 고민하는 부모라면 한번쯤 귀기울여볼만하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