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로 스트로크' 고정관념을 깨라
그동안 퍼팅 레슨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여겨져온 것이 ‘어깨로 스트로크하라’는 이론이다. 손이나 손목을 가급적 쓰지 않고 어깨로 움직여야 팔과 몸이 따로따로 놀지 않고 함께 움직이면서 일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경기 분당 남서울제2연습장에서 모델골프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박원 코치는 이에 대해 전혀 다른 이론을 제시한다. 그의 제자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한국여자오픈 챔피언 전인지(19·하이트진로)도 박 코치의 지도 아래 어깨로 스트로크하라는 정설 이론을 따르지 않고 있다.

◆‘어깨 스트로크’의 함정

전인지와 박원 코치는 퍼팅할 때 복부(복직근)와 옆구리 사이에 있는 복사근을 이용해 몸과 팔이 ‘한덩어리’로 움직이는 퍼팅을 하고 있다. 한은구 기자
전인지와 박원 코치는 퍼팅할 때 복부(복직근)와 옆구리 사이에 있는 복사근을 이용해 몸과 팔이 ‘한덩어리’로 움직이는 퍼팅을 하고 있다. 한은구 기자
전인지는 퍼팅을 할 때마다 ‘한덩어리’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박 코치와 전인지가 생각하는 한덩어리의 이미지는 ‘어깨를 위주로 한 번에 스트로크하라’는 접근법과 상당히 다르다.

박 코치는 “흔히들 퍼팅할 때 양팔이 이루는 삼각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등 주먹구구식 퍼팅 레슨이 인터넷이나 골프 잡지 등에 난무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어깨로 스트로크하라는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채 무조건 따라해야 할 정설로 굳어져 아마추어 골퍼들이 혼란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깨로만 퍼팅하는 모습을 잘 보면 양쪽 어깨를 낮췄다 높였다 하면서 어색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다”고 꼬집었다.

전인지 역시 오랫동안 어깨를 이용한 퍼팅을 해왔다. 전인지는 “퍼팅할 때 어깨 턴을 하려고 하면 경직되고 힘이 많이 들어가 일관성이 떨어졌다”며 “그러다보니 손으로 이를 조정하게 되고 백스트로크를 할 때 끊어치는 현상도 발생했다”고 털어놨다.

◆복사근을 이용해 퍼트하라.

2년 전 전인지를 만난 박 코치는 ‘어깨 스트로크’대신 ‘복사근(腹斜筋)’을 이용한 퍼팅을 주문했다. 복사근은 복부와 옆구리 사이에 좌우로 비스듬하게 생긴 근육이다.

박 코치는 “뉴로사이언스(neuroscience·신경과학) 등을 통해 몸의 동작과 반응을 과학적으로 연구·분석해본 결과 퍼팅할 때 하나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은 어깨가 아니었다”며 “복사근이 손과 손목, 팔꿈치, 어깨, 가슴 등을 한덩어리로 유지하게 하고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어깨 스트로크를 가능케 한다”고 설명했다.

박 코치는 이어 “놀이기구 바이킹을 타보면 배가 움직일 때 이를 붙잡고 있는 쇠줄이 출렁이거나 움직이지 않고 고정돼 있다”며 “퍼터가 바이킹 배가 되고 양팔은 이를 고정하고 있는 줄이며 이를 움직이는 모터가 복사근”이라고 풀이했다.

○고정 관념을 탈피하라

전인지는 오랫동안 어깨를 이용한 퍼팅 연습에 주력하다보니 단번에 복사근을 이용한 스트로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박 코치는 “사람마다 오랫동안 자기 나름대로의 습관이 있고 집착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를 고치기 위해 ‘뭘 하지 말라’고 자꾸 주문하면 이를 막기 위한 동작을 하게 되고 오히려 더욱 그걸 의식하게 돼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 집착했던 동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현재의 문제를 거론하기보다 더 중요한 얘기를 일러주고 그 가치를 깨닫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인지는 ‘어깨 스트로크 습관’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대신 복사근을 이용한 ‘한덩어리’ 퍼팅을 중요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어깨 스트로크 습관에서 벗어나게 됐고 편하고 리듬 있는 퍼팅 스트로크로 이어졌다.

전인지는 “퍼팅할 때 눈을 감고 복사근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한덩어리로 움직이니 리듬도 좋아지고 일관성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