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적자 점포 정리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금융당국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은행들에 적자 점포를 정리하라고 했지만, 은행들 입장에선 지역 거점 점포 등 적자를 보더라도 전략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들로부터 적자 점포 현황과 정리 계획을 받고 있다. 주요 은행 대부분은 적자 점포 중 10~20%가량을 연내 정리하겠다는 계획을 금감원에 제출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총 1198개(6월 말 기준) 점포 중 19%인 228곳이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6곳의 점포 문을 닫았으며, 하반기엔 10여곳을 추가로 폐쇄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총 991곳 중 111곳(11%)이 적자 점포인 것으로 파악했다. 올 상반기 15곳의 점포를 폐쇄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8곳을 추가 정리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올 하반기에만 25곳의 점포 문을 닫기로 했다. 현재 하나은행 점포 수는 650개다.

다만 신한은행은 올 하반기에 점포를 하나도 정리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상반기에 14곳을 정리해놨다는 이유에서다. 신한은행의 점포 수는 937개다.

주요 은행마다 올해 10~20여곳의 점포 문을 닫기로 했지만 실제 축소되는 점포 수는 많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신설 점포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16곳을 폐쇄하지만 새로 내는 점포 수는 12곳이나 된다. 실제 줄어드는 점포 수는 4개에 불과하다. 우리은행 역시 올해 23개를 없애지만 신설이 18곳에 달해 실제 축소되는 점포는 5개다.

은행들은 적자 점포라고 해서 무조건 정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공단이나 택지개발지구, 지역 거점 점포 등 일부 손해를 보더라도 전략적으로 유지해야 할 곳이 많아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변두리나 지방에 있는 거점 점포는 일부 적자가 나더라도 공공성이나 은행 이미지를 위해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 점포 7800여개 중 약 11%에 해당하는 800여곳이 적자 점포인 것으로 보고 있다.

장창민/박신영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