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0일 56일 만에 출근경영을 재개한 이건희 삼성 회장이 1일 전격 수시 인사를 단행했다. 최근 삼성 계열사 사업장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안전 관련 사고에 대한 문책성 인사다.

삼성은 이날 지난 달 25일 발생한 삼성정밀화학 내 폴리실리콘 생산법인(SMP)의 신축 공사장 물탱크 파열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시공사인 삼성엔지니어링 박기석 사장을 경질했다고 밝혔다. 이날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2명이 부상을 입는 등 15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삼성 관계자는 "최근 안전환경사고 예방을 위한 투자를 늘리고 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조직문화 개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사고가 발생했다"며 "최고경영자(CEO)에게 책임을 물어 그룹 모든 계열사들의 안전환경 의식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박 사장 후임으로는 박중흠 운영총괄 부사장을 내정했다.

삼성은 다른 계열사 CEO들에게도 안전환경 관련 시설투자 조기 집행과 전문인력 확충을 포함한 모든 예방조치를 최우선으로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이 회장은 최근까지 일본에 머물며 최지성 그룹 미래전략실 부회장 등으로부터 물탱크 파열 사고를 포함한 안전 사고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지난 달 30일 서초사옥으로 출근해서도 안전 관련 업무에 대해 집중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후진적인 환경 안전 사고는 근절해야 한다"고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삼성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안전 사고에 대한 조직 내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전격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 회장은 2011년 6월에도 비리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삼성테크윈 사장을 경질했다. 그 해 7월에는 실적악화를 이유로 삼성전자 LCD 사업부 사장을, 10월에는 삼성서울병원 사장을 교체했다. 지난해에는 고전하고 있는 중국 시장의 마케팅 담당 임원들을 대거 바꾼 바 있다.

삼성은 이번 사고 원인을 면밀히 조사해 사장 외에도 책임 있는 관련자들을 문책할 계획이어서 추가 인사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한편 삼성은 이날 환경안전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종합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내는 물론 해외의 관련 법규와 글로벌 기준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그룹사 전체에 적용할 안전관리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그룹 전체 환경안전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삼성엔지니어링 산하의 '안전환경연구소'는 기존 2팀에서 6팀으로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내년까지 화학물질 관리 개선에 1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