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사진)이 격노했다. 최근 귀국해 43일 만에 출근한 이 회장이 가장 먼저 내린 지시는 물탱크 파열로 인명 사고를 낸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을 경질한 것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경질은 단순한 경질이 아닌 회장이 각 계열사 사장에게 안전사고 재발 방지를 주문하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 계열사들은 대대적인 안전환경 투자와 함께 안전환경 의식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대폭 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갑작스런 경질, 왜

올 들어 삼성 계열사 사업장에선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 1월과 5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불산가스가 누출돼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7월24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선 화재가, 이튿날인 25일 화성사업장에선 암모니아 누출 사고가 생겼다. 또 26일에는 울산의 삼성정밀화학 공장 신축현장에서 물탱크가 파열돼 3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물탱크 사고의 경우 설계상 명시된 ‘고장력 볼트’ 대신 일반 볼트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라는 얘기다.

지난달 27일 귀국했던 이 회장이 휴가철인 30일 출근을 강행한 것은 이 같은 기강 해이를 바로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회장은 과거에도 문제가 발생하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하게 요구했다. 2011년 삼성테크윈에서 부정이 발생했을 때도 이 회장은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됐다. 부정을 뿌리뽑아야 한다”며 질책했고 전 계열사에 비상이 걸렸다. 그 이후 각 계열사는 감사팀을 대폭 강화해 부정비리 색출에 나섰고, 조직 쇄신 바람이 몰아쳤다.

아울러 이 회장은 최고경영진에 대한 수시 인사를 통해 조직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 이 같은 인사를 통해 항상 조직에 긴장감과 위기감을 조성한다. 이른바 ‘위기의 경영학’으로 불리는 이유다.

◆안전환경에만 수조원 투자

삼성의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은 즉각 종합적인 안전환경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우선 오는 10월 말까지 그룹 공통의 안전관리 기준을 제정하고, 이를 기초로 각 계열사는 제조업, 서비스업 등 업종 특성에 맞는 공정별 작업안전 표준서를 만들 예정이다.

인적 역량도 강화한다. 진행 중인 300명의 안전환경 분야 채용을 마무리짓는 한편 대학 세 곳, 전문대 두 곳과 관련 인력 육성을 위한 산학협력을 맺을 예정이다. 안전환경 점검과 환경정책 연구를 담당하는 ‘안전환경 연구소’도 확대한다. 또 임직원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협력사 안전환경 관리 수준도 높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안전환경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기로 했다. 불산 누출 사고가 났던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내년까지 화학물질 관리 개선에 1조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