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김모씨(54)는 최근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그간 빌려 쓴 한 손해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을 전부 갚았다. 사무실 마련차 몇 년 전 급한 김에 보험계약대출을 받았지만 연 8.5%라는 금리가 너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는 “내 보험료를 담보로 잡히고 돈을 빌렸는데 왜 이렇게 금리가 높은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보험사들이 보험계약대출에 높은 가산금리를 얹어 고금리를 챙기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가산금리가 시중은행 유사상품의 3배에 육박하는데도 정부는 적극적인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보험 대출 가산금리 '횡포' 요지부동…소비자들 "원금 떼일 염려 없는데도 은행의 2배 넘어" 불만

○보험대출 가산금리, 은행의 2.2배

보험계약대출은 소비자가 자신이 가입한 보험상품의 해약 환급금을 담보로 보험사에서 수시로 빌릴 수 있는 대출이다. 대출금액은 해약 환급금의 60~90%대다. 급한 돈이 필요한 서민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보험계약 대출시 최고 연 2.75%포인트에 달하는 높은 가산금리를 붙이고 있다. 보험사들은 보험계약시에 가입자에게 주기로 한 예정이율에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금리를 정한다. 동양생명 우리아비바생명이 연 2.75%포인트로 가장 높고, 동부 한화 교보생명이 연 2.70~2.60%포인트로 뒤따르고 있다.

이 같은 가산금리는 우리 국민 신한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비슷한 상품인 예·적금 담보대출 가산금리(연 1.20~1.25%포인트)의 두세 배에 달하는 규모다. 보험사들은 “보험계약대출이 많이 나가면 자산과 부채의 만기 구조를 맞추기 어려워져 자산운용에 제약이 생기고 금리 하락기에는 손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유동성 위험과 금리 위험을 가산금리로 충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돈을 떼일 염려가 없는 보험계약대출과 예·적금 담보대출 상품은 성격이 비슷한데도 가산금리 차이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보험연구원 한 관계자는 “보험사가 은행에 비해 장기 자산을 운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유동성 위험과 금리 위험에 노출된 정도는 같은데 가산금리가 2배 이상 벌어지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인하 속도 더뎌도 당국은 ‘뒷짐’

최근 3년간 금리하락 추세가 이어지면서 시중은행들은 예·적금 담보대출의 최고 가산금리를 평균 연 0.30%포인트 내렸다. 하지만 보험사들의 보험계약대출 최고 가산금리는 연 0.25%포인트 인하되는 데 그쳤다. 보험의 가산금리 절대수준이 더 높기 때문에 인하비율로 보면 더 큰 차이가 난다.

정부도 보험사들의 가산금리가 높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적극적인 개선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하반기 연구용역을 통해 ‘보험계약대출 가산금리 모범규준’을 만들려 했지만 ‘경영환경이 안 좋은 상황에서 대출금리마저 내리게 되면 수익성에 큰 타격’이라는 대형 보험사들의 반발에 물러서고 말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보험계약대출 가산금리를 낮출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자율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는 부분이라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보험전문가는 “고금리 대출에 대해 불만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가 강하게 압박하지 않다 보니 생색내기식 소폭 조정에 그치고 있다”고 전했다.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47조1000억원(4월 말 기준)에 달하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